[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학덕이나 덕행이 높은 고승(高僧)을 많이 배출한 승보사찰 송광사(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 불화가 국보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은 27일 '전남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및 팔상도(八相圖)'를 국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문화재는 2003년 보물로 지정된 지 약 21년 만의 국보 승격으로,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를 함께 조성해 전각에 봉안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만든 불화는 영산회상도 1폭과 팔상도 8폭으로 이뤄져 있다.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제자에게 설법하는 모습을 담은 불화를 뜻한다.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8개의 주제로 묘사한 그림이다. 불교 문화권에서 비슷한 형태의 그림을 볼 수 있으나 주제와 도상, 표현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
송광사 불화는 불교 미술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팔상도는 석가모니가 도솔천에서 코끼리를 타고 사바세계로 내려오는 장면, 석가모니가 룸비니 공원에서 마야부인의 옆구리를 통해 출생하는 장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 초기에는 '월인석보(月印釋譜)'의 변상도를 차용한 팔상도가 제작됐으나, 후기에 들어서는 '석씨원류응화사적(釋氏源流應化事蹟)'을 바탕으로 한 팔상도가 유행했다.
변상도는 불교 경전 내용이나 교리를 알기 쉽게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순천 송광사 팔상도는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며 "팔상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송광사의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는 그림에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 조선 영조(재위 1724∼1776) 대인 1725년에 승려 의겸(義謙) 등 화승(畫僧)이 그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영산회상도를 중심으로 팔상도 각 폭이 통일된 필선과 색채를 유지하면서 사건에 따른 시공간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등 예술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