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테크는 성장 정체 고전
글로벌 ‘공룡’ 빅테크들과 토종 빅테크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의 실적이 훨훨 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시장 정체와 규제 이슈 등에 발목이 잡혀, 성장 동력을 얻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태다.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기술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MS는 올해 3분기에 655억9000만달러(90조5601억원)의 매출과 3.30달러(4556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의 매출 예상치(645억1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고, 총 순이익은 11% 늘었다.
사업별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생산성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부문 매출은 12% 늘어난 283억2000만 달러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리트어카운트가 조사한 월가 예상치 279억9000만 달러보다 높았다.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도 240억9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 240억2000만 달러보다 높다.
시장에서는 MS가 AI 열풍을 이끌면서 발 빠르게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MS는 “어려운 수학, 과학 및 코딩 문제에 답할 수 있는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을 클라우드 플랫폼에 탑재하면서 애저의 시장 점유율 상승을 AI가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또한 올해 3분기(7∼9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메타는 3분기에 405억9000만 달러(56조426억원)의 매출과 6.03달러(8325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반면, 국내 빅테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치열해진 시장 상황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기술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오히려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국내 대표 빅테크인 통신업종은 ‘성장’ 대신 ‘조직 효율화’에 방점이 찍힌 모양새다. SK텔레콤이 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인력 재정비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5000만원인 퇴직 격려금을 최대 3억원까지 올렸다. KT 역시 대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하면서 몸집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혁신 기술을 이끌었던 플랫폼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카오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 등으로 굵직한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다. 최근 AI 서비스를 발표하고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지만 활동 보폭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ICT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골든타임이지만 지금 경쟁 구조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형국”이라며 “격차를 줄이기 위해 규제, 정책 등을 보완해 성장에 힘을 얻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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