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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쩡한 걸 다 버려?” 계절 바뀌니 또 쏟아질 ‘옷 쓰레기’ [지구, 뭐래?]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한 옷 수출업체의 물류창고. 종류 별로 나뉜 옷들은 수출될 예정이다.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옷 쓰레기’가 지목받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따라 대량으로 의류가 생산되고 그만큼 많이 버려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판매되지 않는 의류도 무더기로 버려진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폐수, 유해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재활용이 어려운 옷의 특성 상 환경오염을 줄이려면 옷을 최대한 버리지 않아야 한다. 이에 국제 사회는 폐기물 감축과 재사용, 재활용 등을 중심으로 한 ‘옷 쓰레기 단속’에 나서고 있다.

정작 국내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좇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의류가 얼만큼 생산되고 얼만큼 폐기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서다. 의류에 현행 폐기물 및 재활용 제도를 적용하기에 앞서 옷 출고량을 공개하는 등 생산, 판매, 배출, 수거, 처리, 전 과정에 걸쳐 시급히 체계를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한 헌 옷 수출업체의 물류창고. 주소현 기자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공 받은 ‘품목별 재활용 제도 개선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섬유 및 의류의 재활용을 활성화하고 환경적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 방향으로 “섬유 및 의류 생산 기업의 재고 처리 시 소각 및 매립 금지”를 꼽았다.

이어 “국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액 또는 수입액을 달성하는 기업은 재활용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고량 등 재활용 제도 정착 및 운영을 위해 필요한 기본 데이터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 용역 보고서는 옷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난 2022년 말 폐섬유 및 폐의류에 기존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적용이 타당한지 검토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해달라는 환경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9월에 마무리됐다.

케냐 나이로비에 버려진 옷 쓰레기들 [클린업케냐]

EPR은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회수 및 처리할 수 있도록 제조 및 수입업자의 법적 책임을 생산부터 판매, 소비, 폐기, 재활용까지 확대한 제도다. 캔·유리병·종이팩·, 플라스틱류 등 포장재 4개 제품군과 타이어·형광등·수은 전지 등 제품 8개 제품군, 텔레비전·냉장고·세탁기 등 전자제품 등이 EPR 대상이다.

2003년부터 EPR 제도가 유지되면서 대상 품목이 확대해왔다. 지난해 1월부터는 LED 조명이 EPR 대상에 포함됐고, 2026년부터 기존 중·대형 가전제품 50종에서 무선이어폰, 휴대용선풍기 등 중·소형을 포함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으로 확대됐다.

옷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날로 심해지는 만큼 의류 및 섬유류도 EPR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다. EPR 대상이 되면 연도 별로 제품의 출고량과 재활용량을 해마다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한 헌 옷 수출업체의 물류창고. 주소현 기자

문제는 정확한 옷의 생산과 폐기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옷 쓰레기가 약 12만톤(2021년 기준) 발생했으며, 이중 약 95%(2016~2021년 평균)가 생활폐기물, 즉 가정 등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생활폐기물로 나오는 옷 쓰레기는 ‘헌 옷’으로 국내에서 판매되거나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는 방식으로 재활용된다. 약 5%를 차지하는 사업장생활폐기물은 48%는 재활용되고 51%는 소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가 “불확실하고 신뢰도가 낮다”는 평가다. 사업장에서 버리는 옷 쓰레기가 미미하다는 수치와 달리 국내 의류 산업의 재고가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반소매와 털외투가 함께 걸린 옷장 [독자 제공]

2007~2017년 의류 생산 증가율은 1.9%, 재고 증가율은 연평균 6.3%이다. 옷을 만드는 것보다 창고에 쌓이는 속도가 약 3.3배 빠르다는 뜻이다. 또 타 제조업과 비교해도 의류 산업의 재고 비율은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보다 많은 옷들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데, 팔리지 않은 옷들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환경단체들과 학계에서는 많은 의류업체들이 팔리지 않은 의류 재고가 소각, 매립 등의 방식으로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다수의 국내 의류업체들은 공급자 중심의 생산 방식, 제품의 다양성, 유행의 민감성, 수요 예측 시스템 구축 미흡 등으로 다량의 재고가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손상 방지를 위해 재고품을 전량 소각하거나 선별 후 사회복지 단체 등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처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이게 안 팔린 ‘새옷’ 쓰레기?” 티셔츠 하나 10만원…할인이나 ‘팍팍’ 해주지 [지구, 뭐래?])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 패션문화마켓 '2025 S/S 패션코드'에서 참관객들이 브랜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우리나라에서 옷 소비 자체도 다른 국가보다 많은 편이다. 충남대 환경공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1인 당 섬유 소비량은 유럽연합 14.8㎏(2020년), 프랑스 7.7㎏(2020년), 네덜란드 17.9㎏(2019년), 한국 18.4㎏(2020년)으로 산정됐다.

EU 평균보다 2배 이상 섬유 소비량을 낮춘 프랑스의 경우 세계 최초로 옷 재고의 소각과 매립을 금지하는 정책을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와 소비자에게 의류 제품 수리비를 지원하는 등 옷을 버리지 않고 다시 입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EU 회원국들도 내년까지 의류 및 섬유 쓰레기를 수거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옷 쓰레기에 강력한 규제를 거는 건, 옷에서 비롯되는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35%가 화석연료로부터 뽑아낸 합성섬유, 옷에서 나온다. 원료와 물 사용량은 전체 산업군 중 네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섯 번째로 많다.

이에 비해 재활용은 턱없이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섬유 제품의 재활용 비율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옷의 특성 상 다른 쓰레기와 달리 실질적으로 재활용을 하기 쉽지 않아서다. 결국 옷에서 순환경제를 꾀하려면 새로운 옷을 만들고 사는 것보다는 중고 의류를 구매하고, 수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고서의 저자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의류 생산량부터 폐기, 재활용 재사용 전반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법적 근거를 갖추기 시작해도 EPR 제도 도입은 2027년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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