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환자 측 패소→2심 일부 승소
대법, 패소 취지로 판단
대법원.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2주 뒤 급성 감염에 확진됐더라도, 곧바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순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른 원인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수술이 원인이었더라도 곧바로 감염예방 의무를 어긴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환자 A씨가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2심은 A씨에게 2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과거 척추 수술 이력이 있던 A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2018년 3월께 해당 병원을 찾았다. A씨는 추간판(디스크) 돌출 재발을 진단받고,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약 2주 뒤 고열에 시달렸다. 혈액검사 결과, A씨는 급성 감염 의심을 판정받았고, 다시 해당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발열이 지속되자, A씨는 대학 병원으로 옮겨 감염을 확진받았고, 재수술을 해야 했다. 이후 A씨는 디스크수술을 한 병원 측을 상대로 7400여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다른 사정 없이 2주 후 수술 부위에 감염증이 발생했다”며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병원 측 과실로 수술 부위에 감염증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 측에서 감염증에 대한 조치도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심에선 A씨가 졌다.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임윤한 판사는 2022년 6월 A씨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할 때까지 별다른 감염 소견을 보이지 않다가 약 2주가 지나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며 “(의료 과실이 아니라) 수술 후 면역력이 악화된 상태에서 수술 부위에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병원이 감염관리를 철저히 시행하고, 감염예방을 위한 최선을 조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감염을 완전하게 예방하긴 어렵다”며 “병원 측이 감염예방의무를 어긴 것에 대한 A씨의 구체적인 주장 및 증명도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선 A씨가 일부 이겼다. 2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2-3민사부(부장 홍순욱)는 지난해 12월, 병원 측이 A씨에게 2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급성 감염은 수술 후 지속적으로 통증이 증가되는 특징을 보인다”며 “수술 2주 뒤 A씨에게 발생한 감염증은 수술 중 직접 감염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당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며 “감염증이 병원 측의 수술 중 과실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깨졌다. 대법원은 A씨 측 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수술 중 직접 오염 외 다른 원인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로 시간적 근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다른 신체 부위에 있던 원인균이 혈류를 통해 감염을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감염증 발생이 수술 중 직접 감염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사실 자체 만으로 감염 관리에 대한 병원 측의 진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며 “의사가 수술 전후에 취한 조치가 적정했는지, 감염예방을 위한 의사의 추가적인 조치는 어떠한 것이 있었는지 등을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진료상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해 손해배상을 인정한 원심(2심)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로써 향후 진행될 4번째 재판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가 패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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