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현장간 인식 차이 심해…비판 여론 거세
현장 경찰 “눈치 보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조 청장 “국민 혜택 느는데, 왜 부정적 평가하나”
전국 경찰의 대표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 청원이 5만명 이상 동의를 받아 국회 심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국 경찰의 대표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 청원이 5만명 이상 동의를 받아 국회 심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내부에서 시작된 청원이 국민 청원에서 요건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의 대응에 따라 조지호 경찰청장의 임기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 요청에 관한 청원’은 지난 15일 저녁 동의인 수 5만명을 넘었다. 현재 동의인 수는 5만1739명이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해 심사하는 제도다. 탄핵 청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소관이다. 법사위는 앞으로 해당 청원을 심사해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탄핵 청원은 이달 2일 올라왔다. 27년 차 현직 경찰인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은 “최근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아야 할 청장은 오히려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 경찰청장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썼다.
일선 경찰관이 실명으로 청장 탄핵을 요구하고, 국회가 정식으로 해당 사안을 검토하게 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조 청장에 대한 현장 경찰관들의 실망감에서 비롯됐다.
조 청장의 취임 초기 경찰 내부의 사기는 바닥을 찍은 상태였다. 여러명의 현직 경찰관이 ‘과로’를 호소하며 목숨을 스스로 던지는 일이 발생했고, 수사부서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문제가 산적한 상태였다. 게다가 ‘이상동기 범죄’로 인해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가 생기고, 다중 인파 관리·재난 상황 관리 등 경찰관의 업무는 갈수록 가중되면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호소도 많았다.
이같은 상황이었지만, 조 청장은 취임 이후 ‘효율’을 강조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경찰 내부 반응은 더욱 악화됐다. 특히 최근 시행된 ‘지역관서 근무 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의 경우 2시간 이상 순찰차를 정차할 경우 사유를 기록하게 되어 “청장이 경찰을 감시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 대책의 경우 경남 하동군에서 40대 여성이 순찰차에 탄 후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 때문에 시행됐다.
서울 지구대 소속 한 경사 A씨는 “야간에 순찰을 도는건지, 감시를 당하는건지 이해가 안갈 정도”라며 “본청 눈치가 보여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파출소 소속 B 경위는 “윗사람이 가진 인식이 지구대와 파출소를 ‘고비용 저효율’ 집단 치부를 하고 있으니 탄핵 청원이 올라온 것”이라며 “가뜩이나 인력도 없는데, 이러니까 조직을 떠나는 이들만 생기는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지방에서 일하는 경찰들의 인식은 더욱 심각하다. 대구에서 일하는 지구대 소속 한 경감 C씨는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은 현장만 불만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지방은 완전히 다르다”라며 “점점 시키는 일은 많아지는데, 갈수록 감시하는 수단만 늘어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부산의 한 파출소 근무 경찰 D씨는 “우리가 아무리 하라는대로 하는 조직이라지만, 위에서는 갈수록 쥐어짜기만 한다”라며 탄핵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이를 두고 조 청장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조 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불만을 가진 직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순찰 시간이 늘면 국민 혜택이 늘어나는데 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논의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할까 싶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겠지만 분명 잘못된 행동은 맞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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