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한 번도 불법적이거나 위법적 사항에 승인한 적 없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7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6일 보석 심문에 출석해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 심문에서 “구속된 지 3개월이 됐는데 사실 구속이 될 줄은 생각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경쟁사인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약 2400억원 규모의 SM엔터 주식을 총 553회에 걸쳐 시세조종 매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업을 하면서 수백 번도 넘는 회의에 참석했지만, 한 번도 불법적이거나 위법한 사항에 승인을 한 적이 없다”며 “검찰에선 계속 ‘카카오 측’이라고 하면서 하지도 않은 것에 대한 수많은 것들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에서 충분히 소명되고 변론을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억울한 상황이나 이러한 사정들은 조금 참작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위원장의 변호인도 “공개매수 기간 중 행해진 장내매수를 시세조종으로 규정한 첫번째 사건으로 알고 있다. 지금껏 감독당국이나 수사기관이 이러한 사건을 시세조종으로 제재하거나 처벌한 적은 없었다”며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상대방보다 더 빨리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은 지분 경쟁 상황에서 당연한 행위이고 그 자체로 인위적인 조작이 아니라 정상적인 시장 내 행위”라며 “피고인은 당초 SM 인수에 반대했고, 장내매수나 대항공개매수 등 적대적인 대응 방안에 일관되게 반대하며 평화적인 협상을 원했지만, 하이브의 적대적 입장문 발표로 인해 평화적인 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SM과의 사업협력 계약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비로소 인수 반대 의사를 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피고인과 카카오 측이 불법적인 인위적 시세조종 행위를 공모할 이유도 없었고 그러한 사실도 전혀 없다”며 “이번 사건은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 이상 경과했고, 동일한 공소사실로 기소된 공범들도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재판에서도 통화 녹취록,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 주요 핵심 증거들에 관한 서증조사가 끝난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며 “검찰 조사에서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 등 카카오 측 증인들이 피고인에게 일부 불리하게 진술을 번복한 사정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 석방으로 인해 주요 증인들의 진술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는 검찰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변호인은 김 위원장에게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과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서라도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피고인의 기억과 명백히 다른 상황에서 피고인의 충실한 공판 준비를 위해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필요가 절실하다”며 “특히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IT 산업계 선도적 역할을 해왔던 피고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구속 2개월에 이른 상황에서 당초 구속 사유였던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라는 사정에 아무런 변경이 없다”며 구속 재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경영상 결정에 따른 매집행위일 뿐 인위적 조작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SM이라는 우량기업을 차지하기 위해서 시세조종이라는 불법 수단을 동원한 중대 범죄이고 정상적 투자에 사용돼야 할 회사 자금이 불법적으로 악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카카오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최대주주로서 이번 범행의 최대 수혜자인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에 대해선 핵심적인 증인에 대한 심문을 마친 뒤 상당한 기간만이라도 반드시 격리해 실체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공범들은 모두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과 가상으로 만들어낸 논리로 담합해 거짓으로 대응할 전례가 있는 만큼 피고인까지 석방될 경우 그들에 대한 진술 회유나 압박을 통해 실체관계 왜곡을 하거나 허위 증언을 유도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1심 최대 구속 기간인 6개월을 거의 채울 즈음 보석으로 석방되는 여타 사건들과의 형평성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보석심문에 앞서 김 위원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과 검찰은 각각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양측의 핵심 쟁점과 증거, 혐의 입증 계획을 밝혔다.
변호인 측은 김 위원장 등이 SM 주식 매수에 이르게 된 일련의 과정에서 인위적인 주가 조작을 공모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15일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등에게 ‘평화적으로 가져오라’고 말한 것을 두고 검찰이 ‘카카오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방식으로 장내매수를 해 SM을 인수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또 객관적인 증거 없이 김 위원장과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공모 관계를 만들려 한다고도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 계획에 있어 단순히 지분 확보를 넘은 차원이 아니라,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적극적으로 저지할 목적이 일련의 행위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y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