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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엔 수박도 달고…” 아이 안 낳으려던 한강 마음 돌린 남편의 이 말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사실 자녀 계획이 없었다. 다가오는 세상의 빛깔이 그에겐 '삭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과 함께 전한 남편의 한마디가 한강의 마음을 돌렸다.

1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애 안 낳으려고 했던 한강 작가가 설득된 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의 일부가 적혔다. '침묵'에는 한강이 당시 남편과 자녀 계획을 두고 대화를 나눈 일화가 담겼다.

한강은 결혼한 지 2년에 이르렀을 무렵에도 자녀 갖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남편은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라며 "그렇다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고 해도 죄 짓는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설득했다.

이에 한강은 "아이가 그 생각(세상은 살아갈 만하다는)에 이를 때까지, 그 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닌데, 어떻게 그걸 다시 겪게 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지 않나…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고 답한다.

한강은 남편의 이 한마디에 느닷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여름철 수박의 단 맛이 진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강은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한강은 "그 수박의 맛이 그날 이후 나의 화두가 되었다"면서 결국 마음을 바꿔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책에서 "알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의 중요한 일들의 대부분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 결정되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은"이라고 썼다.

누리꾼들은 "부부의 대화 자체가 문학적이다", "남편분의 격조 있는 설득이 느껴진다", "설득의 미학이다", "감동적이다", "글에서 수박 맛이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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