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 도중 여성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이 발견된 경남 거제시의 한 오피스텔 베란다의 모습. [거제경찰서]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체를 여행용 가방에 넣고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 주거지 옥상에서 16년 간 암매장해 온 50대 동거남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동거녀와 이성 문제로 말다툼하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며, 누수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이 발각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2부(송인호 부장검사)는 살인 등 혐의로 50대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10월 경남 거제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동거녀(당시 30대)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주거지 옥상에서 시멘트를 부어 묻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은닉 장소 주변에 벽돌을 쌓고 두께 10㎝가량 시멘트를 부어 정상적인 집 구조물인 것처럼 위장했다.
A씨는 마약 투약으로 구속된 2016년까지 범행을 저지른 집에서 8년 가량 지냈다.
이 같은 범행은 지난 8월 누수공사를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 파쇄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발견하면서 16년 만에 드러났다.
이후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B씨 시신에 일부 남아 있는 지문과 유전자(DNA) 검사로 B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 결과 B씨가 2011년 모친의 신고로 실종사건이 접수된 당사자였던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서 지난 달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그는 "B씨와 이성 문제로 말다툼하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당시 A씨에게 마약 전과가 있고 체포 당시에도 필로폰에 취해 있었던 점 등에 비춰 자백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 보완 수사를 벌였다.
필로폰이 모두 배출된 후 세차례에 걸쳐 A씨를 조사한 끝에 A씨가 범행 일시와 장소, 방법 등 세부적인 사실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을 토대로 A씨를 구속기소 했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