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를 유해도서로 지정해 폐기를 권고했다는 논란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1일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 목록을 만들어 각급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하도록 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폐기된 도서는 각 학교가 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율적으로 판단해 정한 것"이라며 "특정 도서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경기도교육청이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해 폐기를 권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경기도교육청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의 학교 도서관에서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라는 명목으로 2528권이 폐기됐는데, 이 중엔 실제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측은 "일부 보수성향 학부모단체가 지난해 학교에 무분별하게 공문을 보내, 학생들에게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도록 요구했다"며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현황을 단순 조사한 것이지 폐기하라는 지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잇단 민원에 같은 해 9∼11월 교육지원청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하면서 각급 학교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도서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유해 도서를 정하도록 했다. 다만 공문에 보수성향 학부모 단체의 주장이 담긴 보도를 첨부했고 일부 학교는 유해 도서를 정할 때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약 2490개교가 총 2528권을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판단해 폐기했고, 이는 학교당 1권을 폐기한 셈이다. 소설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학교는 단 1곳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는 채식주의자 내용 중 성과 관련된 일부 내용이 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