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불출석 재판
대법 “경미사건 아냐…출석해야”
대법원 대법정 앞 로비. [대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재판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상 경미사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불출석 재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박영재)는 절도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2심은 A씨의 불출석 재판을 허용해 벌금 10만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판결을 깨고, 다시 재판하도록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피해자의 주택 현관 앞에 있던 장식용 조약돌 수십 개를 비닐봉지에 몰래 담아간 혐의를 받았다. 조약돌이 없어진 것을 의아하게 여긴 피해자가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해 A씨에게 항의했지만 A씨는 “이거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며 조약돌을 돌려주지 않았다.
피해자의 경찰 신고로 인해 A씨는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6단독 김태환 판사는 지난해 10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조약돌이 버려진 물건이라고 생각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인천지법 5-3형사부(부장 이상덕)는 지난 5월,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미관을 위해 주택 현관 앞에 장식용 조약돌을 깔고 그 위에 나무 테크를 올려놨다”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이라면 조약돌이 버려진 물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법적 쟁점은 2심 재판부의 소송 진행 절차에서 생겼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공판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재판을 개정해 증거조사 등 심리를 마치고, 변론을 종결했다.
형사소송법상 경미사건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원칙적으로 피고인은 재판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법정형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사건인 경우 등에 한해선 불출석 재판이 허용된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가 경미사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불출석 재판을 허용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결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절도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 경미사건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기일을 개정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조치엔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인천지법에 돌려보낸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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