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화재로 108명 사망
4.4만여개 단지 중 35%만 설치
경기도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난 3년간 아파트 화재로 100명 이상이 숨졌지만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아파트가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조국혁신당)은 최근 3년(2021년~2023년)간 사망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 전수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소방청으로부터 93건 사고의 화재현장조사서를 제출받아 분석했다.
조사서에 따르면 사망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최근 3년간 ▷사망 108명·부상 88명 ▷재산 피해 29억4200만원이 발생했다. 아파트 화재로 매달 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사망 원인은 ▷질식사 50% ▷소사 44% ▷추락사 6%였다. 부상자는 대부분 연기흡입(68%)이며, 나머지는 화상(10%)이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대피하지 못하고 화점층에서 숨지하고, 화점층이 아닌 곳에서 사망한 경우는 대피 중 계단실·복도에서 질식사하거나 대피로가 막혀 추락사했다. 하층부에서 발견된 부상자는 자력 대피해 발견된 경우보다 탈출로 확보가 되지 않아 추락한 경우였다. 부상자의 위치는 대피 중 계단실·복도가 53%였고, 하층부에서 발견된 부상자를 제외하고 화점층과 상층부에서 발견된 부상자는 38%였다.
사망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사고는 부주의(23%)로 인한 화재와 방화(23%)가 가장 많았다. 전기적 원인(16%)으로 인한 화재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 기계적 원인(2%), 제품 결함(2%) 순이었고 원인 미상 화재가 34%에 달했다.
아울러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단지는 전국 4만4208개 단지 중에 1만5388곳으로 전체의 3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층 설치된 아파트가 1만391곳, 16층 이상 설치된 단지가 4997곳이었다. 아예 미설치된 단지는 2만8820곳으로 무려 65%에 달했다.
이는 소방법령 개정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여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화재 사망사고가 난 아파트는 1990년대에 사용 승인된 아파트가 48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사망자는 1990년대 사용승인된 아파트가 54명(50%)으로 가장 많지만 부상자는 2000년대 사용승인된 아파트가 49명(56%)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이전에 건축된 아파트는 여전히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부천 숙박업소 화재는 건축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청라의 한 아파트 화재, 이천 물류센터 화재는 건축물의 스프링클러가 있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마포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고, 이로 인해 거주자가 대피하고 소방력이 도착할 때까지 골든타임을 벌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황운하 의원은 “법 개정되기 이전에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채로 건설된 아파트에 대해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탈출로인 계단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법개정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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