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 중인 경찰관들 [연합] |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밤낮 없는 업무를 처리하다 쓰러져 숨지거나, 부담감에 자살하는 경찰관들이 연이어 나오자 경찰청은 지난 7월 말부터 ‘현장근무여건 실태진단팀’을 가동했다. 지난달 취임한 조지호 경찰청장은 “면밀한 직무진단을 거쳐 인력을 균형 있게 배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청은 그 결과물인 ‘현장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20일 공개했다. 실태진단팀(팀장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한 달여 걸쳐 일선 경찰서를 방문해 경찰관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이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했다. 다만 이 대책이 일선 경찰관들의 업무상 애로를 실질적으로 덜어낼 것인지는 미지수다.
▶접수 사건 폭증…스트레스 시달리는 경찰들 = 경찰서 통합수사팀은 업무량 과중에 시달려왔던 대표적인 부서다. 실태진단팀 파악 결과, 올해 상반기 전국 경찰서에서 접수한 사건은 61만8900건. 작년 같은 기간(44만9285건)과 견줘 37% 이상 늘었다.
이는 지난해 말 경찰수사규칙(행안부령)과 범죄수사규칙(경찰청 훈령)이 개정되면서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가 폐지된 결과로 풀이된다. 접수되는 사건의 양 자체가 늘자, 수사관별로 처리해야 하는 사건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숫자로 증명되는 업무량 증가 외에도 일선 경찰관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여성청소년 부서는 지난해 조직재편을 거치며 인력이 일부 증가했다. 하지만 기존에 수사부서가 맡았던 ‘피해자 보호 업무’를 이관받고, 민감한 사건을 관리하면서 담당 경찰관들이 심리적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민원부서도 마찬가지다. 경찰서 민원실이나 교통공익신고 담당 경찰들은 민원인들의 폭언·협박과 반복적 민원 등에 시달렸다.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지난 2021년엔 2997건이었는데, 지난해엔 1만323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면서 부서 교체를 희망하는 경찰들이 늘어났다.
다만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 경찰관들은 관할별로 업무량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인구, 벌죄 발생 건수, 112 신고 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인력 재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실태진단팀은 판단했다. 농어촌 지역을 담당하는 3급지 경찰서 직원들은 도심지 경찰과 비교해서 업무량 자체는 적었으나 직무능력을 키우는 데는 제한이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병합수사로 업무 부담 줄여…내년 인력 재배치 = 실태진단팀은 우선 불필요한 업무를 최대한 줄여나갈 것을 제안했다. 수사관들이 비슷한 사건을 중복해서 처리하지 않도록, 병합수사를 확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광역수사가 필요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사건은 시도경찰청의 전문 부서로 이관하는 범위도 지금보다 늘리기로 했다.
기피 부서로 통하는 경찰서 통합수사팀엔 성과를 따져 특별승진, 승급, 대우공무원 기간 단축 등 인센티브를 주고 인사상 특전과 수당 신설도 검토한다.
악성·반복 민원에 시달리는 민원부서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민원상담 챗봇과 교통법규 위반 AI 판독시스템을 2026년 도입을 목표로 준비한다. 해당 시스템을 실제 도입하기까지 시차를 감안해, 업무량이 많은 관서에는 임기제 공무원(40명)을 우선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찰관들의 정서·심리 상담은 확대한다. 경찰 대상의 트라우마 치유 기관인 ‘마음동행센터’는 현재 18곳에서 36곳까지 늘려간다. 상담관(현재 36명)도 108명까지 확충해 경찰들이 수시로 상담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단 목표다.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에 인력 재배치 방안을 고심한 뒤 내년 초 시행할 계획이다. 각종 치안지표, 업무량 등 데이터를 분석해 각 시도경찰청과 산하 경찰서별로 업무 부담을 줄이는 최적의 인적 구성을 마련한단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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