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연동’ 조항 없는 민참사업 공사비 갈등 ↑
사전 컨설팅으로 ‘증액 시 배임’ 우려 없앴지만
대부분 지방공사 소극적…“건설사 신청 외면”
한 공사 현장에 세워진 타워크레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방에서 공공주택 짓는 건설사들이 겪는 공사비 갈등이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사업자의 공사비 증액에 따른 ‘배임’ 우려를 해소할 길이 열렸는데도, 지방공사들이 협의에 소극적이란 전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도시공사 외에는 공사비 증액 절차를 위한 감사원 사전 컨설팅 절차에 돌입한 지방공사는 없다. LH는 4곳 사업장, 부산도시공사는 1곳 사업장에 대해 사전 컨설팅을 각각 신청했다. 이는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가 지난 5월 LH와 지방공사에 공사비 증액 조치를 주문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은 계약 체결 당시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 조항’이 없다. 원자재·인건비 등 물가는 폭등하는데 공사비는 올려주지 않아, 민관 갈등이 잇따랐다. 국토부는 지난 3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시행지침'에 사업비 재협의 절차를 세웠고, 9월에는 PF조정위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진행된 PF 조정위의 1차 조정 신청에는 34개 사업이 접수됐는데, 이 중 24건이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2차 조정위 신청에는 1차 신청 대비 1.7배 많은 접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조정위 설립 이후에도 발주처는 건설업계의 조정 신청에 소극적인 분위기였다. 지난해 8월 지자체 감사위원회 자문을 거쳐, 공사비 인상을 결정한 대전도시공사의 사례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한 공사비 조정의 유일한 사례다. 대전도시공사는 지난 2019년 착공한 ‘갑천지구 1BL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 건설원가·금리가 급등한 점을 고려해 물가 상승분을 인정, 한도 내에서 올렸다.
수도권 한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 후보지 전경.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장 중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던 2020년 전후 착공한 사업장은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계약 체결 대비 공사비가 수십 퍼센트 뛰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공사비를 임의 조정하면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정부는 각 기관이 감사원 사전컨설팅을 거쳐 ‘감사 면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시공사가 발주처에 요청하면, 발주처가 이를 받아들여 감사원에 컨설팅 접수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방공사는 사전 컨설팅조차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절차 이행과 조정 내용이 강제력이 없다 보니 문제 해결이 부진하단 지적이다. 지방에서 공공주택사업에 참여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나마 국토부 산하에 있는 LH와의 협의는 진행이 되는 편이지만, 나머지 지방공사는 건설사에서 사업 조정 신청을 해도 감사원에 접수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사업 조정이 매우 더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달리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공공공사를 맡은 영세 건설사의 경우 자금난에 처해 부도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단 점이다. 지방공사는 약정한 공사비만 지급하는 단순 도급형태로 계약을 맺은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공사를 진행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으로 꼽힌다. 결국 지방공사들이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끝에 사업 조정이 되더라도 물가 상승분 대비 추가 공사비가 미미해 지방 건설사 위기 해소가 어렵단 분석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 건설사는 공사비 이슈가 장기화하며 심각한 상황”이라며 “줄도산은 하도급 업체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공사에 (협의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지방공사들도 조정 의견을 수용한 만큼, 시차는 있겠지만 사전 컨설팅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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