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제거로 자산규모 줄지만
차입금 부담 감소, 재무여력 확대
에너지 본연의 사업 집중·시너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떼내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번 분할합병을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혀 주목된다. 두산밥캣 분할로 차입금 부담을 덜고 이에 따라 개선되는 재무여력을 투자에 활용해 오는 2028년 중점 성장 사업의 매출을 기존 목표 대비 30%가량 더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존속법인과 두산밥캣 지분 및 차입금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할 계획이다.
이번 분할이 성사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본연의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는 사업회사로 구조가 보다 간결해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의 모회사지만 양사의 사업 영역은 에너지와 건설기계로 완전히 달라 별도 회사나 다름없이 운영돼 왔다. 이에 이번 분할이 오히려 중간 지주사의 역할을 내려놓고 에너지 사업 간 역량을 모으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두산밥캣이 떨어져 나가면 배당수익 기반이나 재무 대응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큐벡스, 분당리츠 등 비핵심 자회사 지분과 차입금 일부도 함께 이관되는 만큼 재무 안정성은 개선될 여지도 크다.
실제 두산 측 설명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순차입금은 기존 2조8000억원 수준에서 분할합병 후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을 관측된다. 이에 따라 연간 금융비용은 660억원 가량 감소하고 차입한도 여력은 4800억~7800억원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최근 들어 두산에너빌리티에 우호적인 국내외 사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두산밥캣 분할에 따른 타격을 완화시킬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플랜트 전문 기업으로 화력, 원자력, 가스, 신재생, 수소 등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전 세계 주요국이 전력 부족을 겪고 있고 친환경 전원 확대를 위해 가스복합발전 신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다소 주춤했던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글로벌 사업도 빨라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사업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원자력 공장에서 직원이 교체형 원자로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성과도 이미 나타나는 분위기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이집트, 신한울3·4 원전을 따냈고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주기기 제작 및 시공 등의 대형 수주가 예상된다. 이를 기반으로 체코 후속 원전을 비롯한 유럽 원전 수주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업계 선두로 평가받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SMR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확보했고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와도 지분 투자, 핵심 기자재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SMR 파운드리(위탁생산기업)로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가스터빈 부문도 김포열병합 정격부하 성공으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보령신복합발전소 장기유지보수서비스 수주에 성공하는 등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가스터빈 서비스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매출 전망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분할합병이 중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중점 성장 사업인 원전, SMR, 가스터빈 및 가스터빈 서비스 분야 집중 투자를 통해 2028년 매출을 기존 예상 9조3327억원에서 10조3116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중점 성장 사업 분야로 한정하면 매출 전망이 기존 3조5134억원에서 4조4923억원으로 27.9% 늘어나는 효과다.
세부적으로는 원자력 설비의 단계적 증설을 통해 2027년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가스터빈 수주 물량 확대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늘릴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그룹의 중간지주 역할에서 벗어나 자회사인 두산퓨얼셀과 함께 본연의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는 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며 “에너빌리티 부문 자체 실적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이를 성장과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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