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두산타워 전경 [두산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글로벌 건설기계 기업들이 로봇·AI 등 첨단기술 투자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그룹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통해 양 사업 간 시너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같은 계획을 담은 청사진이 주주 설득의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연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넘긴 뒤 내년 상반기 양사를 합병할 계획이다.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소형 건설기계와 미래 먹거리인 협동로봇의 사업 결합을 통해 지능형 기계 분야의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두산그룹으로서는 이번 합병이 가지는 의미가 분명하다. 지주사 ㈜두산의 손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이 자회사가 되면서 밥캣에 대한 지배력과 그에 따른 수익성이 강화되고 클린에너지와 스마트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을 3대 축으로 부문별 사업 영역을 명확히 하게 된다.

두산로보틱스로서는 재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입금 부담을 덜고 사업 회사로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번 합병으로 지주사의 자회사로 지위가 올라가는 두산밥캣도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M&A) 규제에서 벗어나 대규모 투자나 M&A를 통한 사업 확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M&A 대상 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다만 주주들, 특히 두산밥캣 주주는 주식의 가치가 침해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두산밥캣을 믿고 투자했는데 적자인 두산로보틱스 주주가 되는데 주식 수마저 줄어든다는 것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0.63이다.

두산은 하드웨어를 가진 두산밥캣과 소프트웨어에 강한 두산로보틱스의 사업적 결합이 양사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라고 보고 있다. 주 고객층이나 작업 대상 면에서 보면 건설기계와 협동로봇이 상이해 보이지만 사람의 작업을 도와주는 기계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두산밥캣의 장비를 보면 주행체에 400개에 달하는 다양한 어태치먼트(부속장치)를 갈아 끼우며 작업을 수행하는데 로봇 팔 형태인 협동로봇이 움직임을 구현하는 기술과 연관성이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무인화, 자율주행 등 첨단 미래 기술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양사의 연구개발(R&D) 방향성이 동일하다. 이는 양사가 개별적으로 수행해 온 R&D 역량을 한데 모아 중복 투자를 줄이는 것을 넘어 건설이나 물류, 농업 등 분야의 전문용 서비스 로봇과 같은 신제품 공동 개발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

예컨대 포도를 알아서 수확하는 농기계처럼 다양한 맞춤형 솔루션을 갖춘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글로벌 건설기계 업체인 캐터필러나 존디어는 로봇, AI, 데이터 솔루션 등과 관련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다.

네트워크 확장 면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기대하는 바가 크다. 자동화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두산밥캣이 이미 구축한 풍부한 채널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가 북미와 유럽에 보유한 네트워크는 약 60개인 반면 두산밥캣는 약 1500개의 고객 접점을 가지고 있다.

농업이나 건설 관련 전문용 서비스 로봇을 만들 경우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밥캣’ 브랜드를 달 가능성도 있다.

두산 관계자는 “기존 사업구조 내에서는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와 기계(두산밥캣)가 시너지가 날 여지가 없지만 로봇과는 상호 사업적 연관성이 크다”면서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산업용 기계장비업계 내 지위를 강화하고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강점을 활용해 선진시장 내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