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에너지·머신·첨단소재 ‘3대 축’ 재편
합병비율 두고 주주설득 나설 듯 주총 주목
한화, 방산 중심 새판…효성은 본격 독립경영
추형욱(왼쪽) SK E&S 사장과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SK, 두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계열사 간 합병, 분할에 나서는 등 사업재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화 하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종산업 간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 등이 과제로 꼽힌다.
가장 먼저 전열 재정비에 착수한 것은 SK그룹이다. SK는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리밸런싱) 작업을 진행, 지난달 말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방향성을 확정했다.
본격적인 사업재편의 첫 발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의결했으며, SK온과 SK엔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역시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 합병을 의결했다. 에너지 사업을 통합해 중복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강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안정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함으로써 자금난을 겪고 있는 SK온의 배터리 사업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SK㈜ 역시 이튿날인 18일 이사회를 통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동의하고, 반도체 사업을 하는 에센코어,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역시 ‘알짜’ 자회사를 합병함으로써 SK에코플랜트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SK가 중복사업·투자를 정리하고 자산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사업재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 최고경영진들은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 숫자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일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두산그룹도 지난 11일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사업구조를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소재 3대 부문으로 재편하고,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 업종 구분 없이 혼재돼 있는 사업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끼리 모아서 ‘클러스터화’했다는 설명이다.
두산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던 두산로보틱스에 매년 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을 편입시킴으로써 수익성을 강화하고 미래사업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의 해외 네트워크와 파이낸싱 역량에 힘입어 성장에 속도를 내고,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기술력을 접목해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본연의 에너지 사업과 원자력,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업구조 재편으로 약 1조2000억원 가량의 차입금 감축 효과가 발생해 재무구조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분당 두산타워 전경 [두산 제공] |
다만, SK와 두산 모두 주주 설득이 과제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다음달 27일 각각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합병 비율 산정을 놓고 주주들 간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태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두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은 1대 0.63으로 정해졌다. 현재 사업구조 개편안을 두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들 사이에 논란이 거센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9월2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안 결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앞서 한화그룹도 지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인적분할을 단행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방위산업과 연관이 적었던 한화비전, 한화정밀기계를 분리해 별도 신설지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의 100%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동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한화시스템과 함께 방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신설지주의 분할 비율은 9대1로 오는 9월 기업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다.
효성그룹의 경우 지난 1일부로 기존 지주사 ㈜효성과 신설 지주사 HS효성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 ‘형제 독립경영’을 본격화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을,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등이 포함된 HS효성을 이끈다. 재계에서는 효성이 사실상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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