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태국·베트남·인니 등 아시아 국가들 추가
중국 경영환경 악화에…‘글로벌 리밸런싱’ 속도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사업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낸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미국·유럽 등 서구권과 아시아 뷰티 시장을 공략하려는 청사진이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아모레퍼시픽은 매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브랜드 인식 조사(Brand Perception Survey)’의 대상 국가와 제품군을 올해부터 확대했다. 기존에는 한국・중국・미국 등 3개 국가를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 일본・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4개국을 추가했다. 화장품 브랜드에 머물렀던 품목도 헤어・바디・이너뷰티(먹는 화장품)로 확대했다.
브랜드 인식 조사는 주요 시장에 거주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 건강도를 파악하는 사업이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에 대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브랜드’,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브랜드’, ‘클린뷰티 브랜드’, ‘환경을 아끼는 브랜드’ 등 인식을 파악해 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2020년 한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했고, 지난해 미국을 추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해 조사부터 대상 국가와 품목을 늘렸다”며 “한국·중국·미국은 매년, 일본·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는 격년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브랜드 인식 조사 대상 국가를 확대한 건 수출국 다변화 전략의 연장선이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등 연이은 악재로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중국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지난 1분기 해외 사업 매출은 2.4% 줄어든 3368억원이었는데, 중화권 매출만 19.3% 떨어졌다.
경쟁 심화도 다변화 전략의 배경이 됐다. 현지 화장품 브랜드와 다른 나라의 브랜드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레드 오션(포화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중국 내 자국 화장품 브랜드 점유율은 14%에서 28%로 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비(非)중국 해외 거점의 매출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서구권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미국,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등 서구권 지역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7% 올랐다.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설화수와 라네즈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에스트라 브랜드가 최근 신규 진출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네즈, 헤라, 에스트라, 프리메라 등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Grow Together(동반성장)’ 경영방침 중 하나로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을 내세웠다.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지형을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롭게 설정된 집중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도입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상목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리밸런싱을 강조하며 “북미, 일본, 유럽, 아세안 등 주력 시장에서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유연하게 선보이고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해 성장을 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