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바로 앞 고가도로·낮은 임대수익 등 영향
토지값보다 저렴해진 가격에 매각 가능 관측
[영상=윤병찬PD]
경매로 나온 서울 마포구 동교동 지하 1층~4층 규모 빌딩 모습. [부동산360 유튜브 채널 갈무리]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에 경매시장에 상가 매물이 쌓여가는 가운데, 홍대 인근 한 꼬마빌딩 가격이 거듭된 경매 유찰로 20억원 이상 하락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상권 규모 대비 낮은 임대료 등의 영향으로 두 번 유찰됐지만 토지값보다 저렴해진 물건 가격에 다음 경매에선 낙찰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경·공매 입찰 정보업체 경매락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지하 1층~4층 규모 빌딩은 이날 최저입찰가 41억4720만1000원에 세 번째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8월 경매개시가 결정된 해당 물건은 올해 4월 감정가 64억8000만1200원에 첫 경매가 진행됐지만 두 차례 유찰돼 가격이 23억원 넘게 떨어졌다.
토지와 건물을 일괄매각하는 이 물건은 1980년대에 준공돼 노후화된 모습으로, 토지값(61억2686만원)이 감정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토지 면적은 약 271㎡(82평)으로 작지 않은 편이고 건물면적은 약 718㎡(217평)이다. 1층에는 카페와 중개업소 등이 입점해 있고 나머지 층은 각 호실에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물건에는 제시외 건물인 지하층보일러실, 1층 사무실, 옥탑방 원룸 등이 표시돼 있는데 1999년 증축을 통해 조성된 공간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제시외 건물은 경매 감정에 포함된 부분으로 낙찰자의 재산권 행사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치는 2호선·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이 200m에 있고 2호선 신촌역 또한 도보 10분 거리다. 홍대 상권을 누릴 수 있는 만큼 입지적 특성이 해당 물건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권오현 서울법무행정신탁 교수는 “경매로 나온 빌딩은 역세권인 데다 주변에 홍대, 서강대, 연대, 이대 등 주요 대학들이 위치한 학세권”이라며 “원룸 임대가 양호한 지역으로 인근 상가도 공실이 거의 없는 좋은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물 바로 앞에 고가도로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좋은 입지임에도 경매에서 두 차례 유찰된 것 또한 이러한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동교동이라는 위치는 좋지만 명과 암을 가지고 있다”며 “물건이 위치한 라인은 유동인구가 아주 많은 것 같진 않다. 와우교라는 고가도로가 건물 앞에 시작하고 있는데 건물 가치가 높으려면 보행자들의 유동선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찰 요인으로 인근 건물 대비 낮은 임대수익도 꼽힌다. 현재 해당 건물 임차인은 총 17명으로 보증금 합계는 8억6000만원, 월세 합계는 531만원으로 추정된다. 건물 연식이 오래된 만큼 임차수익은 낮은 편이다.
임차인이 10여 명에 달하는 만큼 낙찰자가 인수해야할 보증금 여부도 확인해봐야할 사항이다. 대다수가 배당요구를 해놓은 상태이고, 소수의 세입자가 보증금 미상이라 응찰자의 현장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인수할 보증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 가격에 비하면 소액일 것으로 추측된다.
주의해야할 점은 선순위 임차인 미상이 대출 실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선순위 임차인 미상이면 제1금융권 대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이 정도 물건이면 자기 자본만으로 낙찰받지는 않을 텐데 입찰 전에 금융기관과 대출 여부를 상담받아본 후 참여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물건 가격이 토지값보다도 20억원가량 저렴한 만큼 이를 매수해 건물을 새로 지을 수요자라면 경매에 응찰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딩을 신축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기 때문에 7층 이상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구청을 통해 용적률, 건폐율 등을 자세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