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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자도생 기준금리 속 여전한 美신중론 “연내 인하 없어도 놀랄 일 아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올해 1회에 그칠 수 있다는 게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입장이다.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유럽과 캐나다 등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나섰다. 세계 각국의 금리 각자도생이 시작된 셈이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서고 있다.

3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특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시장에서는 미국이 연내 한 번 정도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듯하지만, 올해 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단기간 금리를 인상할 일은 없겠지만, 금리 인하를 할지도 결정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크루거 교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미국 노동시장도 아직 단단(tight)하기 때문에, 연준도 인하 결정에 있어서 유보적이라고 설명했따.

이어 미국은 초과 수요가 남아 있는 상황이고, 대선을 앞두고 재정지출도 줄어들 것 같지 않다며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도 이날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아 연준의 금리 인하를 지지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한 시점은 아니며 물가와 관련해 여러 가지 상승 리스크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를 하더라도 1회에 그칠 수 있다. 실제로 연준은 지난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낸 경제전망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1회로 축소했다.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같은 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며 연준이 올해 4분기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주요 투자은행에서도 비슷한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미국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 10곳 중 4곳은 미 연준이 연내 1회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나머지 6곳은 연준이 연내 2∼3회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도이체방크 등 4개사는 연내 25bp(1b=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골드만삭스, 노무라, 웰스파고, TD뱅크 등 4개사는 연내 50bp 금리 인하를 각각 예상했다. 씨티, 모건스탠리 등 2곳은 75bp 인하를 전망했다.

반면, 유럽은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했다. 올해 두번 더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이자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장 데이터를 보면 올해 말까지 두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해 (예금금리가) 연 3.25%가 될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금리가 연 2.25%나 2.50%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합리적인 기대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통화정책(디스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물가가 중기목표인 2%로 가고 있다면 이 방향을 유지하면서 금리 인하를 계속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기준선이 유지된다면 실제로 더 많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7월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도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실도 가세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근원 물가가 2.2%까지 떨어져 통화 정책상 금리 인하 환경으로 바뀐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한국은행은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환율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환율은 1300원 후반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꾸준히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스와프 규모를 확대한 것도 변동성이 커진 환율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면 고환율 현상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실질소득의 감소, 높은 생활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며 “섣부른 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가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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