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부스 실용성, 설치 위치 논란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단지 내 흡연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내 흡연으로 이웃 살해하는 것은 사건이 발생하는 것에 더해, 이 같은 기사를 공동 생활공간에 붙여 실내 흡연자에 경고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음엔 너야’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실내흡연으로 이웃을 살해한 기사 스크랩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경고문이 게재된 단지는 경기도 안성시 소재 한 아파트로, 경고문 작성 주민은 이웃의 흡연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연아파트가 아닌 경우 흡연자들 대체로 단지 내 흡연구역을 암묵적으로 정하고 흡연을 한다. 경고문에 스크랩된 기사 역시 2022년 발생한 사건으로, 1층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씨가 지속해서 자기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3층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일이다. 흡연구역이 흡연자 편의 위주로 정해지니 주민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발하는 것이다. 충남 아산시 한 단지는 놀이터 근처에 재떨이 설치해 단지 주민들이 ‘아이들이 노는 곳에서 흡연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물론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에서 흡연부스 설치를논의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비용이나 절차상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인해 흡연부스 도입이 원할한 편은 아니다. 지역 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흡연부스는 소유주 동의를 받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행위허가를 받으면 된다. 한 수도권 아파트 입대의 회장은 “흡연부스 신청이 들어와서 검토했는데 흡연부스 설치 비용이 1000만원이 넘고 정화비용도 매년 200만원 가량 들어서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흡연부스 실용성도 관건이다. 금연아파트가 아니면 흡연부스 외 구역에서 흡연하더라도 제재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금연아파트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5항에 따라 세대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의 전부 또는 일부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흡연부스가 있는 경기도 시흥시 한 단지 주민은 “단지 내 흡연부스가 다수인데 실내 흡연을 하더라”면서 “흡연부스가 문제가 아니라 흡연자들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서울 한 단지 입대의 관계자도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게 단지 내 흡연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흡연부스를 도입한다고 해서 거기서만 흡연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경남 거창시 한 단지는 군청에서 흡연부스 설치하라고 했으나, 입대의 차원에서 해당 부스 취소하고 그 비용을 다른 시설 확충에 사용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흡연부스를 ‘어디에’ 설치할지도 논란이다. 흡연부스 설치를 논의하고 있는 수원 한 단지 입주민은 “흡연부스도 혐오시설인데 본인이 사는 동 앞에 설치하는 것을 누가 찬성하겠냐”면서 “놀이터, 산책로, 조경시설 근처도 안 된다고 하면 결국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할 텐데 그러면 이용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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