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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미 물가 진정국면, 금리인하 ‘절묘한 타이밍’ 과제로

인플레이션과 고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에서 잇달아 물가 안정 신호가 나오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12일(현지시간)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대비 3.3% 올랐다고 발표했다. 4월 3.4% 보다 낮아졌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한 경제분석가의 예상치 3.4%를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대비 3.4% 올라 4월(3.6%)보다 둔화했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의 고무적 CPI에 발맞춰 한국의 소비자물가도 안정적 경로를 밟고 있다. 2~3월 3.1%를 찍고 4월에 2%대(2.9%)로 내려오더니 지난달 2.7%까지 낮아졌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날 기준금리(5.25~5.50%)를 동결하면서 “경제 활동은 굳건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으며, 고용 역시 튼튼하다”면서 “물가 상승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목표치(2%)에 부합하는 추가적인 완만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러면서도 “단편적인 수치만으로 지나치게 고무돼선 안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연준은 별도의 점도표(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5.1%로 예측, 연내 한 차례 금리인하(0.25%포인트)만을 예고했다. 대신 내년에 4차례 인하해 2025년 말 금리는 4.0~4.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파월의 기자회견 이후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70%에서 60%로 낮췄다. 11월까지 인하 단행 가능성은 약 75% 수준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고물가가 진정국면을 보이면서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컸지만 정작 연준과 시장은 11월에 무게를 실으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면 2%포인트라는 역대급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져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 수입물가 자극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경제를 모른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KDI는 현행 고금리가 이어질 경우 올해 소비는 0.4%포인트, 설비투자는 1.4%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내수침체가 깊어지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천천히 서둘러라”란 아우구스투스 고대 로마 황제의 정책 결정 원칙을 소개했다. 인내심을 갖되 타이밍을 놓쳐 일을 그르치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절묘한 타이밍 잡기가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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