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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과 포옹한 이 남자 TSMC·인텔과도 ‘스킨십’…박 터지는 초고가 장비 전쟁 [비즈360]
파운드리 내년 1나노 진입 앞두고 장비 경쟁
ASML ‘TSMC도 자사 EUV 장비 구매’ 시사
반도체 초미세화 핵심장비…5000억원 넘어
가장 먼저 장비 도입하는 인텔, 2위 삼성 추격
12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1나노 로드맵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만드는 5000억원짜리 초고가 장비를 두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사(삼성전자·TSMC·인텔)의 확보전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1나노미터(1㎚=10억분의 1m) 시대’를 앞두고 반도체 초미세 공정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ASML의 장비를 두고 비싸다며 고개를 저었던 TSMC의 입장 변화가 불을 당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제프리스가 주최한 투자자 행사에서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안으로 TSMC에 하이-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공정 중에서도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공정에서 쓰인다. ASML의 하이-NA EUV 노광장비는 기존 장비들보다 세밀하게 회로를 그려준다.

회로 선폭이 좁아지면 한 장의 웨이퍼 위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어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숫자가 늘어난다. 또한 회로 선폭이 작아 연산이 더 빨라지고, 더 적은 전력으로 동작한다. 반도체 초미세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 인텔 등이 ASML의 초고가 장비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다.

크리스토퍼 푸케(오른쪽 네 번째)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23일 자신의 SNS에 웨이저자(왼쪽 네 번째) TSMC 최고경영자(CEO)가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크리스토퍼 푸케 SNS]

다만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다보니 가격도 한 대당 3억5000만 유로(약 5200억원)에 달할 만큼 비싸다. ASML이 ‘슈퍼을(乙)’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ASML 클린룸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TSMC도 그동안 ASML의 하이-NA EUV 장비에 대해 성능은 인정하면서도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대신 기존 장비로 양산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그러나 이번 ASML 측의 발표로 TSMC도 입장을 바꿔 ASML의 초고가 장비 확보전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앞서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네덜란드 ASML 본사에 방문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감지됐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CEO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에 웨이저자 CEO 일행과 자사 클린룸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푸케 CEO는 이 자리에서 웨이저자 CEO 일행에게 하이-NA EUV 시스템을 통해 이뤄낸 기술 성과를 직접 소개했다고 밝혔다.

앤 켈러허(오른쪽) 인텔 파운드리 기술개발 총괄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ASML의 하이-NA EUV 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크리스토퍼 푸케(오른쪽 두 번째) ASML 최고경영자(CEO)와 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앤 켈러허 SNS]

반도체 업계는 TSMC가 ASML의 하이-NA EUV 장비 확보에 뛰어든 배경으로 삼성전자, 인텔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꼽는다. 특히 인텔은 올해 말 하이-NA EUV 장비를 가장 먼저 수령하는 ‘1호 기업’이다.

ASML을 향한 인텔의 ‘구애’는 매우 적극적이다. 인텔 파운드리 담당 임원인 앤 켈러허 총괄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ASML의 하이-NA EUV 연구소 개소식에 직접 참석한 사실과 함께 푸케 ASML CEO와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2021년부터 ‘파운드리 재건’에 나선 인텔은 내년에 1.8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일찌감치 밝혔다. 같은 시기 2나노 양산을 계획한 TSMC와 삼성전자보다 빠르다. 인텔은 2027년 1.4나노 진입 목표도 세웠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4일(현지시각)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다음주 18A(1.8나노 공정) 웨이퍼에서 나온 첫 번째 칩을 구동시킬 예정”이라며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TSMC도 앞선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자사 기술 심포지엄에서 “2026년 하반기부터 1.6나노 공정을 통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고 깜짝 발표한 바 있다. 2025년 2나노→2027년 1.4나노로 이어지는 기존 계획에 1.6나노 공정을 새롭게 추가하며 1나노대 진입을 1년 앞당긴 것이다.

TSMC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인텔에 맞서 초미세공정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ASML의 5000억원 짜리 장비 구매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는 하이-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파운드리 3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웨이저자(왼쪽부터) TSMC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팻 겔싱어 인텔 CEO. [TSMC, 헤럴드DB, EPA]

인텔로부터 글로벌 파운드리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ASML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SML 경영진과 주기적으로 회동을 하며 친분을 다지고 있다.

작년 12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했던 이 회장은 올해 4월에도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 본사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갓 취임한 푸케 CEO를 만났다. 자이스는 ASML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회사다.

1위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2나노부터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ASML의 EUV 장비 확보는 필수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현재 2025년 2나노→2027년 1.4나노 공정으로 이어지는 파운드리 로드맵을 갖고 있다. 그러나 TSMC와 인텔이 1나노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기존 계획을 수정해 조기에 1나노 공정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오는 12~1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하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SAFE 포럼 2024’가 향후 새 파운드리 로드맵을 발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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