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48개국이 참석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4~5일 이틀간 열린다. 아프리카와 다자 정상회의는 정부 수립 이래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5개국 국왕·대통령 등과 정상회담을 이어간다. 많은 수의 각국 정상들을 동시에 초청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글로벌 지형에서 아프리카의 역할 또한 커졌다는 의미다.
아프리카는 미중 패권경쟁과 다자화하는 국제 정세에서 중요성이 커진 지 오래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영향력을 다졌고 일본도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개최를 통해 진출을 확대해왔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한참 뒤처졌다. 외교 관계는 형식적 수준이고 교역 규모도 전체의 1.9%로 미미하다.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외교의 한계와 벽을 실감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종래 한반도 중심의 ‘4강외교’의 틀을 다변화하고 긴밀한 협력관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다는 데에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자원 빈국인 우리로선 풍부한 자원을 가진 아프리카와의 채널 구축이 긴요하다. 첨단 산업에 필요한 원료 광물의 95%를 수입하고 있는 처지에서 구리, 코발트, 리튬, 니켈 등 핵심 자원을 확보하는데 아프리카의 협력은 중요하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화에 필수다. 윤 대통령이 아프리카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이어가며 핵심 광물 분야에서의 기술 협력과 정보 교류를 강조하는 이유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프리카는 우리에겐 잠재성이 큰 시장이기도 하다. 무역장벽을 줄이고 내부 경제 통합을 지향하는 아프리카 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출범으로 경제 활력도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각국의 경제 수준이 일정하지 않은 점은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핵고도화와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에도 아프리카의 지지는 필수다. 유엔에서 28%의 의결권을 가진 캐스팅보터로서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우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의 주제는 ‘함께 만드는 미래’다. 각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고 진정성 있게 협력해야 ‘친구’로서 오래간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의 역동적인 변화의 경험은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아프리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울 것이다. 경쟁력이 높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과 농업, 제조업 등 선진기술을 전수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 인구의 상당수가 젊은층이다. 세계 공통 문화가 된 한류를 통해 유대관계를 넓혀나가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꾸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