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인원 4인→2인…소규모 투숙객 집중
성인용수영장·웰니스 체류형 휴식공간으로
“호텔급 업그레이드…제주 동부 상징될 것”
해비치리조트 제주의 클래식 스위트 객실(오션뷰). 야외 수영장과 제주 해변이 보인다. 김희량 기자 |
해비치리조트 제주 내 객실에서 보이는 새벽 일출.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제주)=김희량 기자] ‘이국적인 뒷골목에서 느끼는 여유로움’이 최고의 매력이 되는 곳. 제주 동남부 끄트머리 어촌마을인 서귀포시 표선면의 해비치리조트 제주(이하 해비치리조트)가 오는 29일 프리미엄 휴양 리조트로 다시 문을 연다. 개관 20년을 맞아 10개월에 걸쳐 재단장을 끝낸 리조트는 온전한 휴식을 찾는 소규모 고객을 위한 ‘럭셔리 전략’을 선택했다.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는 미디어 팸투어가 진행된 20일 리조트 내 모루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들이 다 가는 곳을 겨냥한 이른바 ‘도장 깨기’나 대가족 중심 여행은 더 이상 대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여름에 아이와 갈 곳’ 같은 방향이 아닌 ‘제주 동쪽을 발견하는 베이스캠프’로 거듭나는 것이 이번 리뉴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비치가 제주 동부 휴양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해비치 그 자체가 곧 제주에서 즐기는 온전한 휴식을 뜻하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사계절 온수 풀로 운영하는 해비치 제주의 성인 전용 야외 수영장. 김희량 기자 |
20일 리조트 내 신설 공간인 모루라운지에서 김민수 대표와 원영욱 총지배인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키즈 전용 공간 '모루'로 이용되던 모루라운지는 마스터 스위트 이상 투숙객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희량 기자 |
해비치리조트는 제주에 있는 기존 유명 숙소와 지향점을 달리 했다. 제주 동부의 한적함을 최대한 활용한다. 지난 16일 문을 연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를 비롯해 올해 12월 준공 예정인 반얀트리 그룹의 카시아색달제주 등 유명 숙박시설은 관광지가 많은 서부에 집중된 것과 다른 접근이다.
해비치리조트는 인구 구조 변화와 웰니스(정서적 안정과 건강의 조화를 고려한 전반적 활동)를 추구하는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720억원을 들여 건물 골조를 제외한 가구, 창호 등 모든 요소에 변화를 줬다.
전략도 바꿨다. 아이 동반 투숙객이 많았던 과거의 접근에서 벗어났다. 대신 성인 투숙객이 집처럼 편하게 쉴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을 새로운 방향으로 설정하고 서비스와 시설을 고도화했다. 국내 가구 가운데 전체의 63.3%를 차지하는 1~2인 가구(2022년 기준)에 맞춘 선택과 집중이다.
해비치리조트 제주의 주니어 스위트 테라스 객실. [해비치리조트 제공] |
해비치리조트 마스터 스위트 객실 거실. [해비치리조트 제공] |
215개의 스위트 객실은 10가지 타입으로 구성했다. 레스토랑은 3개다. 모루라운지, 성인 전용 사계절 온수 풀을 갖춘 야외 수영장도 추가했다. 특히 지난 2016년 문을 연 어린이 교육 및 놀이공간이었던 100평 규모의 ‘모루’는 마스터 스위트 이상 투숙객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동시에 지하 1층 키즈존 놀멍과 요리교실 등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은 유지했다. 아이를 데리고 오면 해비치호텔 내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쾌적함을 높이기 위해 거실과 침실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20여 개였던 욕조 객실은 3곳으로, 객실 기준 인원은 4인에서 2인으로 줄였다. 기본 객실의 실평수는 호텔 스위트룸 크기에 맞먹는 63㎡ 규모다. 이재하, 조병주 등 국내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을 곳곳에 배치해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인룸 다이닝과 짐 운반 등 호텔급 서비스도 도입했다.
해비치리조트는 고객이 중문관광단지 등 주요 명소와 떨어진 특성을 활용해 ‘체류형 휴식’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새로운 내부 인테리어를 절제된 톤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화로운 표선마을의 풍경 그 자체가 갤러리 속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시각적인 부분부터 촉각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여유롭고 편안하다.
해비치리조트 제주의 무료 웰니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숲트레킹에 참여한 기자가 들판에서 풀을 뜯은 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숲트레킹 출발부터 리조트 도착까지 차량이 제공되고, 강사가 동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김희량 기자 |
해비치리조트 제주의 무료 웰니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숲트레킹. 김희량 기자 |
아직 생소한 개념인 ‘리트리트(retreat) 리조트’를 구현하려는 노력도 감지된다. 리트리트 리조트는 도심이 아닌 외진 곳에서 웰니스, 다시 말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지향하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시설을 의미한다. 중국 상하 리트리트 바이 옥타브, 베트남 나만 리트리트 리조트, 강원도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이 대표적이다.
무료 웰니스프로그램도 대중 리조트와 차별화했다. ‘쉼’을 고민하는 CX팀을 신설해 리조트가 투숙객의 휴식을 적극적으로 돕는 방식이다. 표선 해안가를 달리는 ‘선라이즈 런’과 ‘자전거 라이딩’, 숲길이나 오름을 걷는 ‘숲트레킹’, 일몰에 즐기는 ‘선셋 요가’ 등 전문 강사의 인솔하에 무료(선착순 예약제)로 제공한다.
다만 객실 요금은 평균 10만원~15만원 올랐다. 가성비(가격 대비 경쟁력)는 충분하다. 제공하는 미식을 파인 다이닝급으로 강화했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스시 오마카세 및 정통 관서식 스키야키는 제공하는 ‘메르&테르’,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양식 레스토랑 ‘이디’, 제주돼지 등 고품질의 육류를 맛볼 수 있는 ‘하노루’ 등 입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 '이디'. 넓은 창문 너머로 제주 바다의 지평선이 보인다. 김희량 기자 |
리뉴얼의 중심에는 실적 개선을 위한 큰 그림이 있다.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설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위한 소규모 고객을 공략해 조용한 입소문을 내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리조트와 다른 접근법으로 장기적인 고정 고객을 흡수하려는 의도다.
실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3녀 정윤이 사장이 이끄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시설 리뉴얼을 위한 비용 투자로 지난해 기준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146억2196만원을 기록했다. 해비치리조트는 29일 재개관 이후 손실을 보완할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고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재개관 이후 리조트가 자리 잡으면 내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올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체 매출을 30%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해비치리조트는 재개관 시기에 맞춰 사전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예약률은 현재 40%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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