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부부채 증가 속도에 대한 글로벌 경제기관의 경고가 요란하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19일 21년 뒤인 오는 2045년께 한국의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정부부채 증가 폭이 비기축통화국 11개국 중 둘째를 기록하는 등 한국의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속에 노동력이 감소하면서 세수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데 사회보장 및 의료 서비스 비용은 증가하면서 한국의 공공 재정이 ‘힘든 길’(Tough Road)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BI는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30년쯤 70%를 기록한 뒤 2045년 100%에 이르고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져 2050년쯤엔 1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정부부채에 영향을 끼칠 최대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금리가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한 2%보다 1%포인트 오를 경우 정부부채 비율은 2050년 141%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봤다. 인플레이션 수출국인 미국 등 해외발 변수에 취약한 한국경제로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신3고에 대비해 건전 재정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권고로 들린다.
IMF 보고서는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주요국 보다 월등하다는 기존의 통념을 허문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일본(252.4%)·미국(122.1%)·독일(64.3%) 등 G7 보다 낮아 비교적 건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기축통화국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IMF는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2029년 59.4%로 싱가포르(165.6%), 이스라엘(68.5%)에 이어 비기축통화국 중 세 번째로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우리 재정 건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최근 한국의 재정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더 이상 플러스 요인이 아니라고 밝힌 이유와 무관치 않다.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 윤석열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매년 예산 편성때마다 20조원대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그러나 이전 정부때 400조원의 나랏빚이 쌓인 영향으로 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할 일이 태산인데 정부 재정은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가장과 같이 답답한 심정이다”고 한 윤 대통령이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외환위기에서 체험했듯 건전재정은 국가적 위기를 넘어설 최후의 보루다. 지금은 전 국민 25만원 지급을 위한 13조원의 나랏빚을 새로 내자고 할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