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수주發 자산 증가 영향
조선·정유·건설기계 3대 분야 친환경 전환
정기선, 탈탄소 전략 주도…책임경영 강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 하는 모습 [HD현대 제공]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HD현대가 최근 재계 순위 8위에 오르며 주목 받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수주 증가에 힘입어 자산 가치를 늘린 데 따른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친환경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HD현대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은 84조7920억원이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증가함에 따라 계약 자산이 늘어나면서 전년도 보다 약 4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계 순위도 기존 8위였던 GS를 앞서, 한 단계 오른 8위에 올랐다. 재계 10위권 내에서 순위가 오른 곳은 HD현대가 유일했다.
HD현대의 지난해 매출액은 70조7640억원, 당기순이익은 2조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16조5144억원, 영업이익 7936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8.1%, 영업이익은 48.8% 각각 증가했다. 계열회사는 29개로, 전년도 32개에 비해 3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선박으로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한 HD현대중공업 건조, SK해운 소유의 18만㎥급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HD한국조선해양 제공] |
HD현대는 조선, 정유, 건설기계 등 3가지 사업분야 모두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이들 3개 분야 모두 정 부회장이 주도하는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조선 부문이다. 암모니아 운반선,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LNG 운반선 등 친환경 고부가 선박을 위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HD현대의 조선 분야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물량은 2021년 223억5000만달러, 2022년 240억5000만달러, 2023년 225억7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매년 수주 목표를 웃돈 것으로, 수주 잔량도 3년치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수주 증가에 힘입어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23.1% 늘어난 21조2962억원, 영업이익은 28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년 만에 적자 고리를 끊고 흑자전환한 것이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초 기준 총 96척(해양설비 1기 포함), 111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 연간 수주 목표 135억달러의 82.2%를 달성했다. 이르면 이달 중에 올해 수주 목표치를 모두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역대 최단기간 연간 수주 목표 달성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해 1분기 HD한국조선해양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5156억원, 영업이익은 16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도보다 13.9%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해양플랜트 부문과 그린에너지 부문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지난 4월 상업 가동을 시작한 HD현대오일뱅크의 바이오 디젤 공장 전경. [HD현대오일뱅크 제공] |
최근에는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가증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6년 HD현대글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에너지·정유부문에서는 친환경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 제조공장 건설, 바이오 원료 기반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 바이오 케미칼 사업 진출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바이오디젤 공장은 지난달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했으며 SAF는 2026년 이후를 목표로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을 활용한 제품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또, HD현대케미칼은 대두유와 폐식용류 등 바이오원료를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건설기계 부문 역시 친환경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 건설기계 부문 자회사들은 저마다 전기굴착기, 친환경 수소엔진, 수소연료전지 휠로더 등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자회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와 함께 지난해 건설기계 분야에선 세계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키도 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디벨론 전기굴착기(DX20ZE) [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
HD현대일렉트릭도 전 세계적인 전력인프라 확대 추세에 힘입어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어난 매출 80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78.2% 증가한 1288억원이었다. 특히, 북미시장 수소생산설비 및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 힘입어 회전기기의 매출 성장이 전년 동기 대비 32.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 본인도 탄소중립·친환경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는 상태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조연설에 나서는가 하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탈탄소 추진 및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에는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다.
또,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HD현대 주식 11만3348주를 매입한데 이어 지난 13~16일 동안 HD현대 주식 4만3500주를 추가 매입하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율은 5.46%로 늘어났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