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 대비 19.45%↑…작년 3월 이후 최대치
“공시가격 오르기 전에 증여 움직임 활발”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이달 말 정부의 공시가격 확정 공시를 앞두고 증여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파트를 비롯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5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산의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자녀들에게 증여해 세금 부담을 낮추려는 것이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접수된 부동산 증여 신청은 1만9177건으로 집계됐다. 전월(1만6054건) 대비 19.4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3월(2만8건) 이후 1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증여 건수는 지난해 9월 1만4392건까지 감소했지만 10월 1만5853건, 11월 1만8243건을 기록해 증가세로 전환됐다.
올 들어서는 1월 1만7833건, 2월 1만6054건으로 줄면서 급증세가 한풀 꺾이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달 1만9177건으로 껑충 뛰면서 부동산 증여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졌다.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기한(계약일로부터 60일)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지난 2월과 3월 증여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령대별로 보면 지난 3월 50대 수증자(증여받는 사람)가 6859명으로 가장 많았다. 40대(4479명), 60대(4256명), 30대(2379명), 70세 이상(1769명), 20대(1222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18세 이하 미성년자 수증인도 전월(189명) 대비 59.25% 증가한 30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재산을 물려주는 자산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가격이 저평가된 지금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주택·연립주택)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4월 30일 확정 공시된다. 개별 공시지가 공시일은 5월 말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올해 공시가격이 소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자 자산가들이 증여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며 “증여는 시기적으로 확정 공시 전인 3월과 4월에 늘어난 후 재산세가 과세되는 6월부터 떨어졌다 다시 연말에 증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증여 거래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 부동산 경기 활황기 때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저평가된 시점에 미리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다.
우 부지점장은 “최근 몇 년 간 부동산 증여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과거에 고액 자산가들만 증여 문의를 했다면 이제는 일반 직장인들도 관심을 갖고 먼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집값이 폭등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증여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며 “증여 거래 건수는 매월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올라가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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