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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바이오 헬스, 3대 성장 키워드 [조원경의 경제·산업 답사기]
사전 충전된 모든 주사기를 검사해 제품 무결성을 확인하는 카탈런트(Catalent)의 자동화된 육안 검사 시스템. 노보 노디스크 재단(Novo Nordisk Foundation)의 지주 및 투자회사인 노보홀딩스는 최근 세계 2위 바이오 위탁개발제조기업(CDMO)인 카탈런트(Catalent)를 16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왼쪽 사진). 미국과 영국 규제 당국은 키에 따른 체중 측정치인 체질량 지수(BMI)가 30 이상인 성인 또는심장병과 같은 다른 체중 관련 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 BMI가 27 이상인 환자에게 릴리 약물을사용하도록 승인했다.프랑스에 있는 일라이 릴리 인슐린 제조 시설. [로이터·AFP]

미국의 연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유지되면서 바이오헬스 같은 성장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의료증원 논의로 국내적으로 의사과학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만 치료제, 생성형 인공지능(AI), 표적항암제”가 2024년 바이오 산업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비만을 바라보는 세 가지 착안사항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상장된 제약회사 바이킹 테라퓨틱스의 주가는 하루 만에 무려 120%가량 폭등해 사상 최고가의 역사를 썼다.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치료제(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인 오젬픽, 위고비, 삭센다 같은 제품으로 당뇨와 비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원래 GLP-1 치료제는 당뇨약으로 개발되어 인기를 끌었다. 당뇨 치료제의 원리는 이렇다.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혈당조절 호르몬일 뿐만 아니라 식욕억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당뇨약이 비만 치료제로 변신해 2023년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삭센다 매출은 416억 3200만 크로네(약 8조원)였다. 경쟁사 미국 일라이 릴리는 당뇨병치료제 마운자로와 동일 성분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를 합쳐 52억7500만 달러(약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일라이 릴리는 독일, 스위스, 폴란드에 이어 영국에서 비만 주사제 마운자로의 도입을 완료했다. ‘월가의 미친 소’로 불리는 짐 크레이머는 올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테슬라를 대체할 종목으로 일라이 릴리를 꼽았다. 국내에서도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약 15개 기업이 GLP-1 치료제를 중심으로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JP모건 리서치와 골드만 삭스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를 2030년 1000억 달러(1300조원) 수준 이상으로 보고 있다.

세계는 우선 GLP-1 치료제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10년 안에 미국 인구의 7%에 해당하는 2400만명가량이 GLP-1 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주력 약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왔다. 골드만삭스는 6000만 명의 미국인이 GLP-1 비만치료제를 투약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환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약을 끊으면 체중은 원래로 돌아갈 수 있다.

다음으로, GLP-1 치료제의 적응증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다. 지구촌은 이 약이 뇌졸중, 심장마비, 신장질환, 심혈관 질환, 수면 무호흡증 같은 여러 질환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GLP-1 약의 최근 심혈관 질환에 대한 효능이 보고된 가운데, 알코올 중독과 치매 환자에 대해 GLP-1 치료제 투여가 진행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이미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의 심혈관 위험 감소를 보여준 데이터를 발표했다. GLP-1 치료제가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치료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코올과 흡연 중독 치료 효과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GLP-1은 심혈관, 당뇨, 비만뿐만 아니라 뇌에도 많이 발현되고 있는 단백질이다. GLP-1의 신경세포 보호 효과와 관련된 연구는 20여년간 이뤄졌다. GLP-1은 단순히 식욕 억제, 포만감 증대, 인슐린 분비 촉진 등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말초 면역계, 중추신경 면역계에 동시에 작용해 만성염증을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만성염증을 억제하는 GLP-1이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는 근거라고 본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까지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예측이다.

마지막으로, 원격의료와의 시너지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1월 디지털 의료 경험 웹사이트 ‘LillyDirect’(https://lillydirect.lilly.com)를 개설했다. 이는 질병 상태와 의료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원격의료 제공기업들과 연결해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GLP-1 치료제는 비용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비싼 약을 복용한 이후에도 환자는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식이요법, 영양, 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원격의료 서비스 점유율 1위 업체인 텔레닥은 GLP-1 치료제의 안전한 사용에 대한 조언과 함께 대사 건강과 관련해 전반적인 원격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몰고올 돌풍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는 기대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 AI 기반 약물 반응 예측 모델 개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AI 알고리즘 적용,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것이다. 컨설팅 업체인 GVR(Grand View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헬스 케어 시장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3년 16억6000달러에서 2030년 147억6500만달러로 증가(연평균 36.7%)가 예상된다. 기대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AI 기술 발전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간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까지 소요기간이 평균 10년이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최적화된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임상시험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생성형 AI는 신약 개발의 중축인 단백질 구조에 대한 이해는 물론 스스로 후보물질을 구축할 수도 있다.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는 바이오네모(BioNeMo) 서비스로 불리는 신약개발용 생성형 AI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사노피는 의약품 발견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바이오맵(BioMap)과 AI 모듈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후보물질 생성 외에 단백질 구조와 표적 결합 친화도의 예측 모델링도 가능하다. 생성형 AI 모델은 정교한 기계 학습으로 실제 헬스 케어 데이터와 유사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노력이 더 저렴한 약물 발견과 높은 치료 성공 확률로 이어진다면 인류의 삶에 더할 나위 없이 기여할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 따르면 의약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성공 확률은 2만∼3만분의 1로 매우 낮다.

둘째, 행정 비용 감소와 보험 청구 관리의 간소화다. 진료기관이 환자의 방문 기록과 보험금 청구 등 각종 서류를 처리하는 데 드는 행정 비용을 생각해 보자.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생성형 AI는 행정 업무 자동화로 진료기관의 격무를 줄일 수 있다. 생성형 AI가 어려운 의학 용어를 쉽게 풀어내고, 영상 판독을 보조한다면 비용 감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구글은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함께 임상 시험 관련 의사소통 자동화 서비스를 여러 언어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환자의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소요되는 소통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필립스는 아마존 웹서비스를 활용해 이미지 프로세싱과 방사선 관련 업무의 전반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맞춤형 의료의 발전이다. 생성형 AI로 환자의 유전자지도인 게놈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역시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분자 단위로 최적화된 의약품을 설계할 수 있다. 엄청난 양의 게놈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한 채팅이 가능하다면 정밀의학 실용화의 큰 장애물을 극복하는 셈이다. 미국에서 의사들조차 유전학 지식 부족으로 유전정보 해석을 회피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챗 GPT의 등장은 반길만하다.

차세대 항암 기술- 항체약물접합체(ADC)의 각광

암세포만 표적화해 사멸하게 하는 ADC(Antibody Drug Conjugate)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제약사는 암세포를 찾는 항체(Antibody),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세포독성약물(Drug), 이 둘을 이어주는 접합체(Conjugation)까지, 바로 그 ADC의 매력에 푹 빠졌고, 관련 기업은 인수 합병의 주된 대상이 됐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사멸 효과는 좋지만 암세포 선택성이 떨어진다. 항체는 암세포 선택성이 높지만 사멸 효과가 떨어진다. 서로의 상대적 단점을 보완해 만든 항암제가 ADC다.

ADC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은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다. 엔허투는 기존 세포독성 약물 보다 10배 강력하지만 정확하게 암세포를 찾으며, 암세포에서 유리된 작은 종양까지 포착해 사멸한다.

스위스 제약기업 로슈가 1월 ADC 개발을 위해 중국 바이오 기업 메디링크 테라퓨틱스와 협약을 맺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ADC 신약 개발사인 앰브렉스 바이오파마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앞다퉈 ADC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올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ADC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내년 생산에 나선다는 목표이다. 셀트리온은 국내기업 피노바이오와 총 15개 타깃에 대한 ADC 플랫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ADC 전문기업 익수다테라퓨틱스 지분 47.05%를 확보했다. 종근당은 네덜란드의 ‘시나픽스(Synaffix B.V)’로부터 ADC 전문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종근당이 개발한 항체에 시나픽스 ADC 플랫폼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도 유망 파이프라인 도입을 위해 ADC 기술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마켓앤마켓은 2023년 97억8000만 달러의 ADC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에는 19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개발되는 ADC 치료제는 항체-약물 접합 불안정성에 따른 독성 문제를 개선했다. 그 결과 신약 승인이 증가하고 있어 반길만하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만료 시기가 임박하며 글로벌 빅파마의 투자 확대가 가시화하고 있다. 인수합병 바람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을 관통할 키워드로 단연 AI, GLP-1, ADC가 손꼽힌다. 2028년 반도체 시장의 3배로 성장할 제약 바이오산업을 바라보며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이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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