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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폭 강화된 기술 유출 형량 기준, 더 엄중 처벌해도 마땅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국내 산업 기술 유출 형량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행위는 징역 9년에서 15년으로 크게 높였다. 국내에 한정된 경우도 최대 권고 형량이 징역 6년에서 9년으로 늘어난다. 치열한 국가간 경쟁에서 핵심 기술력은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런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행위는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중대 범죄다. 산업기술 보호 조치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기술 유출 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은 그 방향이 맞다.

사법부의 이번 결정은 처벌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경제계와 사회 각계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 피해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다. 국가정보원에 의하면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산업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다 적발된 사례는 모두 153건에 이른다. 이 중 30% 이상인 47건이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설계도면을 중국으로 빼돌리다 들통나기도 했고, 한국형 전투기(KF-21) 기술을 인도네시아에 제공하려다 적발된 경우도 있다. 이같은 기술 유출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엄청나 최근 20년간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나마 적발된 것만 따져 그 정도지 들키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기술 보호를 위한 각국의 조치는 거의 전쟁 수준이라 할만하다.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한 대만은 경제 산업 분야의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다 적발되면 아예 간첩 행위로 간주해 최고 사형에 처하는 등 엄격하게 처벌한다. 미국만 해도 피해 액수에 따라 최대 33년의 징역에 처하는 형벌을 받는다. 양형을 높였다고는 하나 이에 비하면 우리는 여전히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다.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33건 가운데 무려 60%가 무죄로 나왔다. 또 집행유예를 제외한 실형 선고는 12%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유죄 평균 형량도 1년 남짓에 불과했다. 기술 유출 범죄는 일반 형사범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비록 초범이라도 국가 경제에 큰 피해를 주는 만큼 더 엄중하고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

국가 핵심 기술과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 적용과 함께 기업 스스로 자체 감시망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 유출은 관련 현직 또는 퇴직자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더 철저하고 집중적인 관찰과 관리가 중요하다. 또 경제 안보 차원에서 핵심 기술 보유자 및 관리자 정보를 정보기관 및 해당 부처와 공유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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