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세금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 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전(前) 용인시장, 수요 예측을 잘못한 한국교통연구원에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용인시 주민소송단이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사업을 추진한 이정문 전임 용인시장과 수요 예측을 담당한 교통연구원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해 용인시가 이들에게 214억원을 청구하라고 했다. 2013년 주민소송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 나온 결론이다.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용 사업 추진에 경종을 울린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용인 경전철 사업은 초기부터 타당성 논란이 일었다. 2000년 교통연구원의 하루 평균 예상수요 13만9000명이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2004년 이 전 시장은 실시협약을 맺고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2013년 개통한 이후 실제 하루 승객은 1만명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시행사에 8500억여 원을 물어주고 2016년까지 운영비와 인건비 295억원도 지급해야 했다. 현재도 하루 평균 이용자가 3만5000명가량에 불과해 연간 300억원가량의 운영비와 함께 경전철 건설자금에 대한 원리금 16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법원은 이 전 시장에 대해 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이 타당한지 검토하지 않았고, 기획예산처가 ‘30년간 90% 운영 수익 보장’ 규정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도 반영하지 않았으며, 시의회 의결 등 절차도 지키지 않는 등 과실이 있다고 봤다. 배상금 214억원은 2013~2022년 민간 사업자에 지급한 4293억원 중 5%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뻥튀기 수요예측에 기반해 세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 흔하다. 총사업비 6767억원이 투입된 의정부 경전철은 민간 업자가 30년간 운영하는 조건으로 2012년 7월 개통했지만 실제 승객수요는 예상치의 15% 정도에 그쳤다. 전남 무안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2만9394명으로, 하루 평균 100명이 안 됐다. ‘활주로에서 고추 말리는 공항’이란 오명이 붙었다. 그런데도 총선을 앞두고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밀어붙이는 SOC 사업이 수두룩하다. 8조원대의 사업비가 예상되는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을 특별법으로 통과시켰고 ‘동남권 순환광역철도’ 등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법안도 줄줄이 심사 중이다.
1100조원을 웃도는 빚을 진 나라 곳간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선거 후 받게 될 비용 청구서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이번 판결의 연장선에서 국가 재정에 피해를 준 정부와 국회의 정책 결정자에게도 손배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