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급 이상은 동결…“불확실한 대내환경 고려”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이마트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이마트가 올해 부장급 이상의 임금을 동결했다. 이마트가 임금 동결을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실적 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이마트 사측과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임금협약’에 합의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올해 임금은 기본적으로 2% 인상됐다. 관리를 담당하는 밴드(Band)직과 진열·관리를 담당하는 전문직을 비롯해 전문점직과 패션전문직 등이 대상이다. 다만 부장급 이상의 밴드직은 임금을 동결했다.
이마트는 밴드직을 1부터 5로 나눠 분류한다. 밴드1은 본사 담당·수석부장, 밴드2는 부장이다. 밴드3는 과장, 밴드4·5는 각각 대리와 사원 등이다. 이번 임금 인상 대상은 밴드 3~5에 한정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밴드3~밴드5 및 전문직군의 임금을 2% 인상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며 “밴드1~밴드2의 임금은 동결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금 일부 동결 결정이 지난해 이마트가 부진한 실적을 낸 데 따른 조치라고 해석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386억원으로 전년 동기(1229억원)보다 68.6% 줄었다. 분기순손실도 804억원으로 전년 동기 8670억원의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 진열된 설날 선물 세트. [연합] |
특히 상반기가 부진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시장 전반이 침체된 결과다. 여기에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신세계건설의 원가 상승으로 인한 매출 이익률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연수점과 킨텍스점을 재개장하는 과정에서 매출 공백도 생겼다. 이마트의 분기 영업이익은 재작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91.6% 늘어난 813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 643억원으로 29.9%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는 2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3분기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전문점을 중심으로 한 이마트의 별도 영업이익은 1102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5% 늘었다. 4분기에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5.6% 증가한 2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이마트는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그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출점을 중단하고 일부 점포를 폐점했지만, 내년부터는 우리의 영업 기반인 점포의 외형 성장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노후 점포들을 미래형 점포로 바꿔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인천 연수점과 킨텍스점을 미래형 대형마트 ‘더타운몰’로 탈바꿈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작년에만 총 15개 점포를 재단장했다.
고객 수도 증가세다. 할인점의 2분기 고객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5% 늘었다. 3분기에도 5.8% 증가했다. 재개장한 매장의 실적도 뚜렷하게 개선됐다. 이마트 더타운몰을 방문한 고객은 재단장 전보다 18.3% 늘었다. 특히 3시간 이상의 장기 체류 고객 수는 2배 넘게 늘었다.
온라인 유통 사업군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G마켓은 이번 4분기에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1년 4분기 이후 8분기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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