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에 쓰일 국세가 지난해 56조4000억원 덜 걷혀 역대 최대 세수결손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거둬들인 세금이 344조1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도 51조9000억원(13.1%)이나 줄었다. 2년 연속 감소세로 총선을 앞두고 줄감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차질이 우려된다. 지난해 막대한 세수 결손이 벌어진 건 무엇보다 경기 부진 탓이 크다. 실제 대내외 경기와 직결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50조원이 덜 걷혔다. 법인세가 23조원, 토지· 주택 등 부동산 거래 감소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14조원 급감했다. 수입물품도 줄어 부가세와 관세 합쳐 10조원 줄어 영향이 컸다.
문제는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소득 위축으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건설경기도 얼음장이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점은 다행이나 미중 갈등과 공급망 등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이런 처지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확대, 국내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등 감세정책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만으로도 연간 수 조원에 이르는 세금이 줄어든다. 감세로 국민 소득이 늘고 소비와 기업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 정부가 추계한 367조원 규모(전년 대비 6.7% 증가)의 국세 수입이 과대 추계됐다는 지적도 있다. 섣부른 감세 정책은 재정운용에 부담만 줄 수 있다. 재정 실탄이 부족하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1.4%에 정부 기여몫이 0.4%포인트에 그쳤다. 정부의 소극적 재정 운용이 저성장에 일정부분 관련이 있는 셈이다. 심지어 지난해 4분기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0%포인트였다.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예정된 지출을 못했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한국은행에서 100조원 넘게 빌려다 쓰는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첨단 기술 국가대항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일도 한 둘이 아니다. 충분한 세수 확보와 균형적 재정운용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여야는 총선용으로 비쳐질 수 있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밀기 바쁘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수원 구도심 철도지하화나 이재명 대표가 밝힌 ‘출생기본소득’ 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일이다. 부족한 세수를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감세와 정책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새로운 세원 개발을 해도 모자랄 판에 더는 곳간을 바닥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