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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만 反中파 집권...경제·안보 위기관리 중요해진 韓외교

대만 총선에서 반중·친미 노선의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에 당선됐다. 통상 8년마다 정권을 교체해온 관행을 깨고 3연속 민진당이 집권하게 된 것이다. 중국과의 갈등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청년층·중도층의 이반 등으로 민진당의 고전이 예상됐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와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위협이 역효과를 낸 결과로 보인다. 대만의 총선은 라이칭더와 친중 성향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맞붙으며 미-중 대리전으로 주목받았다. 라이칭더는 당선 확정 뒤 기자회견에서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대만은 전 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만 국민이 미국을 선택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성적표를 보면 민진당 대선 득표율(40%)은 2020년(57.13%)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입법위원선거에선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국정운영이 순조롭지만은 않게 됐다. 국민당이 전체 113석 중 52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고 민진당은 51석에 그쳤다. 민중당이 8석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모양새다.

관심은 대만 독립을 내세운 라이칭더에 대해 무력시위까지 하며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중국의 향후 대응이다. 중국이 군사·경제적 압박과 위협을 가할 경우 양안 간, 미-중 간 갈등 격화로 대만해협 긴장 수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대만해협은 한국 에너지물동량의 62%가 통과한다. 중동의 홍해와 호르무즈해협 위기에 이어 대만해협까지 항행이 어려워지면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대만해협 무력충돌 시 한국 GDP의 23%가 줄 수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도 있다. 반도체 공급망 셈법도 복잡해진다. 대만과의 첨단 산업 공급망 공조나 ‘대만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이 생길 수 있지만 미-중 갈등에 끼여 고전할 수도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 우선주의로 충돌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반도체 불확실성’을 해소할 전략적 대비가 필요하다.

외교적으로도 대만,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민주주의 진영 공조에 선명한 입장을 보이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대통령실은 “ ‘하나의 중국’ 원칙을 그대로 준수하고 있다”며 “이번 대만 총통 선거결과로 우리 정부의 기조나 정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이나 보다 섬세한 외교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는 이제 상수다. 여기에 북한은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로 위협하는 상황이다. 미-중 갈등, 경제부진 등 비슷한 문제를 안고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 우리에게 대만 선거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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