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층간소음 해소방안은 기존에 건설사에만 맡겼던 층간소음 문제를 국가가 직접 해결하려 나섰다는 게 특징이다. 앞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가 층간소음 기준(49dB 이하)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공업체가 반드시 보완공사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가 새 건물에 대한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아 입주도 할 수 없다.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과 금융비용은 모두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또 2025년부터는 모든 공공주택의 바닥 두께를 지금의 21cm에서 25cm로, 4cm 더 두껍게 시공할 의무를 지웠다.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충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관련 민원은 지난해 4만건으로, 10년 사이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로 인한 갈등으로 살인 등 5대 강력범죄도 지난 5년 사이 10배나 늘었다. 역대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 고심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8월 바닥구조 시공확인서 제출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늘리고 아파트 완공 후 현장에서 측정하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시행했지만 별무효과였다. 검사결과가 기준에 못 미쳐도 건설사에 보완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강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이번에 ‘준공 승인 불허’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이다. 기준에 미달한 단지는 이름이 공개되는 수모도 감수해야 한다.
이웃 간에 낯을 붉히고 살인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문제의 1차적 책임이 건설사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9년 감사원의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 실태’ 감사결과, 조사 대상 아파트의 96%가 사전에 인증받은 것보다 층간소음 차단 성능이 떨어졌다. 건축비를 낮춰 수익을 챙기는 데 골몰하다 보니 규정대로 시공하지 않은 현장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느 일방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문제의 매듭을 풀기 어렵다. 층간소음 기준대로 바닥을 두껍게 하면 아파트 층고가 1개층 또는 2개층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담금을 낮추려 편의적 시공을 눈감아주는 경우도 많다. 세계 주요국의 공동주택이 기둥식 구조인 것과 달리 한국은 벽식인 것도 소음에 취약한 이유다. 중소 건설사들은 소음 저감기술 확보에 애로가 큰 만큼 공공기관에서 표준기술을 보급하는 선제적 정책도 중요하다.
층간소음 기준 강화는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이지만 공기 연장, 분양가 상승과 같은 민감한 이슈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건설업계가 총대를 메고 소음저감기술에 성과를 내야 하지만 주택 소비자와 정부도 합당한 비용 부담과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