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속칭 ‘노란봉투법’ 및 방송 3법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거부권은 대통령에게 보장된 법적 권한이지만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국회 다수당과 척지고 국정 과제를 수행하려면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1987년 이래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거부한 건 16번뿐이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양곡법과 간호법에 이어 세번째 거부권을 꺼냈다. 그만큼 노란봉투법이 국가 미래에 끼칠 해악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파업노동자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를 계기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시 해고노동자 등에 47억원 손배액이 책정되자 한 시민이 노란 봉투에 4만7000원을 담은 성금을 보낸 이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9일 제1야?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파업노동자에 대한 손배청구 제한과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강화 등을 담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노동권을 지원한다는 선한 취지를 담고 있다지만 문제는 산업 현장의 법치를 흔들고 상시 파업을 부추겨 한국 경제를 뒤흔들 위험성이 크다는 데 있다.
‘공동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전체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자가 연대 책임을 지는 것이 민법상 대원칙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 가담자별 가담 정도에 따라 손배 책임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는 게 일상인 쟁의 현장에서 조합원 개개인의 손해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도 강성노조의 폭력과 파괴,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 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게 자명하다. 노란봉투법은 또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 체계로 이뤄져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하청업체가 수백 곳이다.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 발생한다면 산업현장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다. 보다 못한 원청기업이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한다면 고용 감소는 물론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다. 경제6단체가 “노란봉투법 아래선 이 땅에서 사업 못한다”고 한 이유다.
노란봉투법은 민주사회의 기본원리를 거역하고 있다는 데도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조의 교섭권과 파업권은 대폭 확장하면서 사용자의 재판청구권은 사실상 부인하는 것은 자유와 평등의 원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위헌성이 다분한 악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것은 그래서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