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배출권 규제 강화 수혜 예상
매출·이익 고속성장…이익률도 높아
재무 탄탄…차익매물 내놓을 FI 없어
동진(東晉) 때 철학자 갈홍(葛洪)은 도교(道敎) 하나의 사상을 자리 잡게 한 인물이다. 그가 지은 ‘포박자(抱朴子)’의 한 구절이다.
“옛사람들은 재능을 얻기 어려움을 탄식하여 곤륜산의 옥이 아니라고 야광주를 버리거나 성인의 글이 아니라고 수양이 되는 말은 버리지 않았다. 요즘에는 (경전이 아니라고) 제자백가의 책이나 유익한 금언(金言)을 하찮게 생각한다. 그래서 참과 거짓이 뒤바뀌고(眞爲顚倒) 옥과 돌이 뒤섞이며(玉石混淆) 아악(雅樂)도 속악(俗樂)과 같은 것으로 보고 아름다운 것도 누더기로 보니 개탄스럽다”
‘옥석혼효’라는 말의 기원이다. 사물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할 때 이른바 ‘대박’을 기대한다. 특히 새로 상장하는 공모주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따상’이란 말이 만들어 졌을까. 하지만 올해 새내기주의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밑돌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먹튀’ 논란이 크다. 대주주나 상장 전(Pre-IPO)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을 위해 기업가치를 부풀려 상장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상장 과정에서 시장과 투자자를 기망해 돈을 벌었다면 자본시장법 125조 위반일 뿐 아니라 형법 347조 사기에 해당할 수도 있다. 경제범죄 전문가인 이복현 원장이 이끄는 금융감독원이 들여다 보고 있다고 하니 성과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먹튀’ 상장이 계속되는 또다른 이유는 갈홍의 지적처럼 투자자들이 진가를 가진 기업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탓도 있는 듯 하다. 상장 전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을 보면 ‘먹튀’ 논란에 휩싸인 파두가 362.9대 1, 비교적 성공적으로 데뷔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17.2대1이다.
21일 탄소배출권 전문기업 에코아이가 상장한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기관 75.14대 1, 일반 20대 1이다. 뜨거웠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기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꽤 눈길을 끈다. 일단 최근 3년간 매출과 이익이 매년 2배 가량 늘고 있다. 빚도 적고 매출 실적도 빠르게 현금화 된다. 시장점유율이 높고 사업 지역도 넓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탄소배출권 시장은 굉장히 유망하다. 현재는 정부가 배출량을 관리할 업체를 지정해 거의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KAU)해주는 체제다. 하지만 2025년까지 할당량의 10%를 유상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2026년 이후에는 유상 비율을 더 높일 방침이다. 배출할 양이 할당된 양보다 많아지면 부족분은 돈을 주고 사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GDP 대비)은 주요국 가운데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가장 높다. 화력발전과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크기 때문이다. 할당량은 계속 줄어드는데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다른 업체에서 파는 KAU나 외부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활동으로 만들어진 배출권(KOC)을 사와야 한다.
KOC를 확보해 KAU가 부족한 업체에게 상쇄배출권(KCU)으로 파는 게 에코아이의 주력사업이다. 정부에서 배출권을 할당받은 업체는 KAU로 충당하지 못하는 배출량을 KCU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연내에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상할당 확대와 이를 통한 배출권 거래 활성화가 골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연합(EU)는 철강 등 일부 수입품목에 대해 일종의 탄소세를 도입했다. 수입품에도 EU의 규제기준을 적용,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그만큼 돈을 내야한다는 뜻이다. EU에 수출하는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제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줄여야 한다.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사실상의 관세를 더 내야한다. 탄소배출을 EU 기준보다 많이 했다면 밖에서 탄소배출권을 사와서라도 부족분을 해소해야 한다. 탄소배출 규제도 강하지만 탄소배출권 시장도 가장 발달한 EU에 유리한 제도다. 우리 정부는 EU에 일종의 탄소세를 내는 대신 국내에서 필요한 배출권을 구매한 후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부족한 배출권은 해외에서라도 구매해야 한다.
에코아이의 KOC 점유율은 2023년 기준 국내 2위(28.2%), 해외 1위(39.5%)다. 배출권 확보에서는 국내시장의 5배 규모인 해외가 주력이다. 판매는 내수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해외부분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번 공모자금(약 708억원)도 대부분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향후 다양한 경쟁업체들이 등장할 수 있는 점은 도전 요인이지만 유망한 시장에서 현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배당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22년에는 순익의 22%를 현금으로 배당했다.
한편 에코아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상장 후)은 71%에 달한다. 상장 후 차익실현을 할 재무적투자(FI)도 없다. 20.83%에 달하는 공모주는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 매물로 나오기 어렵다. 다만 발행주식의 4.12%인 기존 소액주주 보유분에서 차익실현이 나올 수 있다. 임직원들에게 2차례에 걸쳐 발행된 주식매수선택권 약 72만주는 이미 주식으로 전환됐다. 행사가격 5357원에 52만주, 7953원에 20만주다. 발행주식 대비 유통 주식수가 많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 상장 후 코스닥150 지수에 편입될 정도의 자격은 갖추겠지만 아무래도 코스피 보다는 지수 편입 효과가 적을 수 밖에 없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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