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영국에서 사람을 여럿 물어 죽인 맹견 XL 불리가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에 따라 연말을 즈음해 금지견으로 지정될 예정인 가운데 이 개의 소유자들이 유기를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메일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XL 불리 소유자들은 개를 길에 유기하거나 수의사를 찾아가 품종 등록 등 서류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메리칸 불리는 1980년대 후반 아메리칸 핏 불 테리어와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를 교배해 만들어진 견종으로 알려져 있다. XL 불리는 아메리칸 불리 중 가장 큰 견종을 말한다.
대형견 구조대(Large Breed Dog Rescue)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에만 길에서 25마리의 XL 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유기견 보호소인 시티독스홈(City Dogs Home)도 최근 보호소에 들어오는 개들 중에 XL 불리와 아메리칸 불독 계열이 유독 많다고 밝혔다.
XL 불리는 영국에서 수많은 개물림 사고의 주범으로 악명을 쌓아왔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공격은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드 주의 도시 월솔에서 이 개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길 가던 성인 남성을 물어 죽인 일이다. 이 남성이 사망한 이후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이 견종을 금지할 것을 발표했다.
그 전에도 버밍엄에서 11살 소녀가 아메리칸 불리 XL에게 공격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개를 저지하던 두 남성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4월 리버풀에선 65세 여성이 집에서 자신이 기르던 아메리칸 불리 두 마리의 싸움을 말리다 숨졌다. 검시관은 여성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인트헬렌스에선 17개월 된 아기가 가족이 키우던 개에게 물려 사망했다. 가족이 개를 입양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2021년에는 웨일즈의 카이어필리에서 XL 불리에게 공격받은 10살 소년 잭 리스가 심각한 목과 머리 부상으로 사망했다. 소년의 엄마인 엠마 휘트필드는 해당 견종이 금지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개를 버리는 사람들로 인해 더욱 길거리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티독스홈 관계자는 “이 큰 개들을 길에서 마주치면 그걸로 끝이다”라며 “개 주인들은 더이상의 번식을 막기 위해 거세하고 입마개를 씌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형견 구조대 관계자도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보호소가 XL 불리로 가득 찼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 수의사의 진단이 있지 않는 이상 절대 안락사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웬만하면 각 가정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