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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中 역공에 애플 ‘흔들’, 한국 기업에 불똥튀는 일 없도록

‘화웨이 쇼크’에 미국이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중국의 IT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망을 뚫고 보란듯이 내놓은 5G(5세대) 스마트폰에 첨단 반도체장비를 갖춰야 하는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을 내장해 미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을 향한 선전포고라는 말까지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도 흔들렸다. 애플은 전체 매출의 19%가량을 중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화웨이 쇼크’로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시가총액이 이틀(6, 7일) 만에 1897억달러(253조원)가 날아갔다.

미국이 14나노 이하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등 4년 동안 반도체 생산기술과 제조장비 공급을 막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 저지에 실패하면서 더 강도 높은 제재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원장은 “화웨이와 7나노칩을 제조한 반도체기업 SMIC에 대한 모든 미국산(産) 반도체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화웨이의 반도체 칩은 미국 기술 없이 생산할 수 없기에 분명 미 상무부의 규정을 위반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중국도 보복에 나섰다. 중앙정부 공무원에 이어 국영기업 직원들에게도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미국과 해외 브랜드 기기를 사무실에 가져오거나 업무에 사용하지 않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지난달부터 첨단 반도체에 들어가는 원료(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도 시작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제품의 구매를 중지시킨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미-중 반도체 전쟁 격화의 불똥이 애꿎은 우리 반도체기업들에 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미 블룸버그가 반도체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화웨이폰을 해체해본 결과,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지역 매출 비중은 30.9%나 된다. SK하이닉스는 “직접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망이 뚫린 게 확인된 첫 사례이기에 미국 내 여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 소재 한국 반도체공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가 다음달 11일 종료되면서 유예 연장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런데 화웨이 쇼크가 터지면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가 자국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요구하면서 제2의 요소수 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둘 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인 만큼 정부가 한미·한중 외교력을 가동해 고비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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