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주고도 못 사” 소비자 불안감 커져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명품 구매를 위해 명품관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지난 29일 ‘황금 같은 주말 아침’임에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백화점 문이 열자마자 명품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이러한 오픈런 현상은 최근 백화점 직원들에게 흔한 일이 됐다. 유명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을 듣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5월을 기점으로 명품 가격이 또 줄줄이 인상됐다. 이번달 가격을 2차례 인상한 프라다부터 버버리·루이비통도 가격을 일부 조정했다.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루샤)은 올해 5번 이상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프라다 리에디션 사피아노 가죽 트리밍 리나일론 숄더백 [프라다 공식 홈페이지] |
3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이달 중순과 하순 2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가격 조정은 10만원 안팎의 소폭 인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일명 테수토로 불리는 ‘프라다 리에디션 사피아노 가죽 트리밍 리나일론 숄더백’은 179만원이 됐다. 인상 전 가격은 169만원으로 6% 가량 올랐다.
‘프라다 듀엣 나일론 버킷백’의 가격도 149만원에서 7만원 오른 156만원이 됐다. 일부 핸드백의 가격이 10만원 안팎 수준으로 인상됐다. 문제는 프라다가 이달 중순에도 한 차례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일부 제품 가격이 10만원 안팎으로 조정됐다.
버버리도 일주일 간격을 두고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3일 ‘버버리 스몰 가죽 TB백’은 299만 원에서 325만 원으로 약 9% 인상됐다. 포이베로 불리는 ‘로고 프린트 드로스트링 파우치’도 59만원에서 65만원으로 10% 올랐다. 그 전 달 27일에는 ‘미니 캔버스 레더 포켓백이 158만원에서 168만원으로 가격이 10만원 인상됐다. 해당 가방은 지난해 10월에도 9% 가량 오른 바 있다.
명품 가격이 비트코인처럼 예측 불가능해지자 상품 가치는 오히려 뛰고 있다. 과시 효과가 있는 명품 특성상, 가격 인상이 오히려 베블런 효과(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를 부르기 때문이다.
실제 명품은 꾸준히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명품 매출 신장은 당연 1등이다. 지난달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7.5%로 아동·스포츠 34.3%, 패션·잡화 21.3%보다 압도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명품 매출은 전년 19% 감소했지만, 국내 명품 시장은 약 17조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규모였다.
명품 브랜드의 ‘콧대 마케팅’도 소비자들을 애태운다. 올해 루이비통은 5차례 가격을 인상했고, 에르메스도 올해 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 원인을 “물가 인상 때문”이라 말하지만 일부 브랜드는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품을 소각하기도 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픈런에 도전하는 고객을 보고 오히려 명품 구매 열기가 더 뜨거워진 것 같다”며 “백화점 측에서도 명품 가격 인상이나 브랜드 정책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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