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네이버가 참여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이커머스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신세계와 손을 잡은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를 함께 인수하면, 기존 CJ대한통운까지 막강한 동맹전선이 구축돼 기타 업체는 설 곳이 없어진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빅테크, 통신기업까지 커머스를 앞다퉈 강화하면서 현재도 일부 전문몰을 제외하면 이커머스업계에 발붙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21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와 신세계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사는 “확정된 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는 SKT·롯데쇼핑·신세계·MBK파트너스가 참여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쇼핑 동맹을 맺고 다양한 협업 방안을 모색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쇼핑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17% 수준으로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보다 앞선다. 11번가(6%), 롯데온(5%)은 점유율이 한자리 숫자다.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을 단순합산하면 30%로, 2위인 쿠팡과 격차를 크게 벌리며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수조원을 투자해도 점유율이 10%대라는 것은 그만큼 점유율 올리기가 힘든 경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일단 점유율 경쟁에서 바로 우위로 올라설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왼쪽)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연합] |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5조원 수준인 이베이의 눈높이와 매수 후보자들이 거론하는 3조원 가량은 격차가 크지만, ‘남 주기는 아까운’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을 볼 때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네이버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업체에 뺏길 경우 향후 판도 변화 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졌다. 11번가를 둔 SKT와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컨소시엄 구상 가능성도 이베이코리아 입찰 초기부터 흘러나온 상태다.
네이버의 이베이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자, 당장 업계에서는 현실화될 경우 군소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기업결합심사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와 신세계의 쓱닷컴과도 수직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단순히 점유율 수치만 따질 것은 아니라는 것.
지금도 1위인 네이버가 이베이까지 인수하면 향후 규모 면에서 경쟁 자체가 어렵고, 네이버는 검색포털 구조의 특성상 이미 이커머스 상위 포식자라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일단 네이버와 이베이를 합쳐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단독 시장점유율 50% 이상), 2위 사업자와의 차이가 25% 이상이 되는 경우 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수직결합(생산과 유통과정에 있어 인접하는 단계에 있는 회사간 결합)의 경우 시장의 봉쇄효과, 경쟁사업자간 공동행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돼 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네이버의 움직임에 따라 당장 쿠팡이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시장 독식에 따라 점유율이 낮은 업체들은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그나마 전문몰은 상황이 낫지만, 상위권 업체들이 전문몰의 영역까지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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