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 가격 인상에…“원료비 부담 힘들다”
옥수수·감자 등도 강세…추가 인상 가능성
음료·생활용품·상비약도 연초부터 가격 올라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 [연합]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집밥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두부와 콩나물 가격이 2년여 만에 인상된다. 음료를 비롯해 생활용품, 상비약 등 가정에서 필요한 생필품들도 올해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초부터 생활물가가 들썩이면서 장 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생필품의 가격 인상은 직접적으로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이 최근 두부와 콩나물의 가격을 10% 안팎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형 유통업체에 두부는 8~14%, 콩나물은 8~10% 가량 가격을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이 두부와 콩나물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19년 3월 이후 2년 여 만이다.
풀무원이 가격 인상을 요청한 제품들은 원재료인 국내산 백태(흰콩)의 비중이 90% 이상인 국산콩 라인 제품들이다. 최근 5년여 간 국내산 백태 가격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지난해에는 역대급 장마와 태풍으로 출하량 마저 감소했다. 이에 원가 부담이 15% 가량 늘어났다는 게 풀무원 측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산 백태 가격은 매년 오름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흰콩(35㎏, 상(上)품 기준)의 월별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해 11월 20만원을 돌파한 후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들어서도 소폭 올라 평균 21만6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월(17만8600원)과 비교하면 21.3% 높은 수준이다.
풀무원의 콩 관련 제품 가격 인상은 후발 주자들의 가격 인상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풀무원이 가격을 인상했을 당시 CJ제일제당도 잇따라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 |
백태 뿐 아니라 고구마, 감자 등 다른 식량작물 역시 가격이 오름세를 보여 이들 제품을 원재료로 쓰는 가공식품이나 스낵, 주류 등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감자(20㎏, 상품 기준)의 이번 달 평균 도매 가격은 3만5752원으로, 지난해 연초(2만3428원)보다 52.6% 상승했다. 고구마(10㎏, 상품 기준) 역시 4만2170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9%나 올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콩 뿐만 아니라 옥수수, 감자 등 식품 원자재 가격이 수 년째 강세를 보이면서 업체마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며 “콩나물, 두부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의 가격 인상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 |
식품 뿐 아니라 공산품 역시 연초부터 가격이 대폭 오르고 있어 가계 부담이 더하고 있다. 코카콜라가 올해부터 편의점 납품 제품을 5년 만에 처음 인상한데 이어 동아오츠카, 해태htb, 빙그레 등이 일부 음료에 대해 가격을 올렸다. 한국피앤지와 대일밴드, 동국제약 등도 생활용품과 가정 상비약 등의 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코카콜라의 페트(1.5L) 제품이 3400원에서 3600원으로 200원 올랐다. 나머지 콜라 500ml 페트와 같은 용량의 씨그램, 콜라 250ml 슬림캔 등도 각각 100원씩 올렸다. 해태htb의 갈아만든배(340ml)와 평창수(2.0L)도 각각 100원씩 비싸졌다. 동아오츠카의 오르나민C는 1000원에서 1200원으로, 포카리스웨트와 데미소다는 각각 100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한국피앤지는 대표 탈취 상품인 페브리즈(370ml) 가격을 7900원에서 8900원으로 1000원이나 올렸고, 포맨 제품은 8900원에서 9800원으로 900원 인상했다. 가정 상비약인 대일밴드(혼합 21매)는 200원, 동국제약 마데카솔연고(8g)도 올해부터 500원 인상됐다. 소화제인 베아제정과 닥터베아제정 역시 각각 300원씩 비싸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 뿐아니라 생필품을 파는 여타 기업들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때문에 원자재의 가격 인상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더는 인상된 원가를 부담하기 어렵다 보니 연초부터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