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인건비 부담…식당가 올해는 연말 없어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방어나 굴, 과메기 등 제철을 맞은 겨울 수산물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배달 확산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식당가를 찾는 발길은 끊기면서 노량진수산시장은 층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1층 [사진=박재석 기자] |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제철 수산물은 온라인이나 배달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1일~20일 마켓컬리의 방어 판매량은, 방어회 상품의 인기로 전년 동기 대비 14배 증가했다. 굴의 경우에는 전년 대비 23% 늘었다.
과메기의 경우 작년에는 12월 2일부터 판매했지만 올해는 수확 시기 차이에 따라 12월 7일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12월 7일~20일 기준 과메기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전년 대비 38% 늘었다.
수산시장 판매점에서 회를 배달하는 수요도 늘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0년 이상 수산물 판매한 김모(54) 씨는 “두 달 전에 비해 방문 판매는 70% 줄었지만, 배달은 200%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집에서 수산물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커가는 제철 수산물 인기에도 노량진 수산시장 식당가는 웃지 못한다. 배달이 늘어난 만큼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이 줄어든 탓이다. 특히 겨울은 수산물 인기와 함께 송년회 회식으로 식당을 찾는 손님이 많아야 하지만, 올해는 대목이 사라졌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해숙(58) 씨는 “겨울에 벌어 여름까지 먹고 산다는 말을 할 정도”라며 “겨울도 못 버티는데 여름이 어디 있나. 올해는 연말이 없다”고 호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밤 9시면 식당 문을 닫아야 해서 손님 붙잡기는 더 어려워졌다. 밤 7시 이후 방문해 2시간 넘게 식사를 하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손님은 대폭 줄었고, 자연스레 매출도 떨어졌다. 김 씨는 “손님이 많은 집이 하루 다섯 팀 정도”라고 말했다. 한 식당 종업원 A씨는 “작년 12월 대비 거의 90%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다. 김씨의 경우 이달 각종 관리비 포함 140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직원을 줄일 수도 없다. 식당 일이 능숙한 데다, 경기가 풀리고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직원을 찾아야 해서다. 그는 “매출이라고 할 것도 없다. 임대료도 생각 못 한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는 상황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 수산물 판매상인과 식당가 양쪽 모두에게 임대료 감면 혜택을 주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식당가에는 지난 3~5월 30%, 6~8월에는 15% 임대료 유예 혜택이 제공됐으며 수산물 판매상에게는 1~2월 20%, 3~7월 40%의 임대료 감면 혜택이 주어졌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관계자는 “임대수익도 사업 예산에 포함되다 보니 받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수산물 판매상에게 먼저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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