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오리가격이 상승세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닭, 오리고기 판매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집에서도 제발 오리, 장어 좀 드세요’.
보양식으로 여겨지며 외식 대표메뉴 중 하나로 사랑받던 오리고기와 장어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소고기 등이 연말 ‘집콕’ 홈파티용으로도 인기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가정 내 소비가 적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18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오리 산지가격은 17일 1㎏ 기준 1851원으로 사흘 연속 1800원대를 기록했다. 오리고기는 지난달 2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가격이 상승세다. 이달 1일 1445원과 비교하면 28%나 올랐다.
지난달 2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오리 산지가격이 오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
올해 소비 감소로 근심에 빠졌던 오리업계는 AI까지 발생하자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10월 오리고기 냉동재고량은 이미 전년대비 11.3% 증가했다. 업계는 이번 AI 발생으로 오리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더욱 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까 전전긍긍이다.
오리가 축산물 중에서도 올해 치명타를 입은 것은 전통적으로 축산물 중에서 외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같은 가금류인 닭고기와도 사정이 크게 다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오리고기의 외식 비중은 46.1%로 소고기 18.6%보다 월등히 높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하면 오리고기의 외식비중은 무려 60.3%에 달한다. 치킨 배달 등의 수요가 많은 닭고기는 외식비중이 30%대로, 가정 내에서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는 경우도 많다.
유통가에서 연말 홈파티 족을 겨냥해 스테이크 밀키트와 같은 것을 앞다퉈 쏟아내면서 소고기, 돼지고기의 가정 내 소비가 더욱 활발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오리고기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외식 의존도가 높았던 장어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줄어 큰 타격을 입었다.[홈플러스 제공] |
수산물 중에서는 외식 의존도가 높았던 장어가 올해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었다. 장어는 고가의 고급 외식 메뉴로 인기가 높았지만 집에서 조리해 먹는 경우가 드물다.
소비가 줄다보니 가격도 폭락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뱀장어 1㎏당 3미 기준 산지가격은 지난해 12월 3만6500원에서 이달 2만2000원선까지 떨어지면서 2만 원대조차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6월 대비 45%, 전년 동기 대비해서도 40%나 하락했다.
국내산 민물장어 판로가 막히고 시세 급락으로 어업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대형마트도 장어 소비 촉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민물장어양식수협과 손을 잡고 이달 17일부터 아예 장어를 일시적 특판행사가 아닌 상시 판매로 전환했다.
신병준 홈플러스 수산팀 바이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련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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