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인기·네이밍 등 효과
펀슈머 겨냥 이색 컬래버 확산세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최근 식품과 패션업계 등에선 이색 컬래버레이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곰표 밀맥주’ 등의 인기는 식품업계의 컬래버 행보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 가운데 최근 오뚜기와 롯데마트가 손잡고 선보인 ‘열려라 참깨라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달 1~17일 라면 상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열려라 참깨라면이 전체 봉지라면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지라면 부동의 1위인 ‘신라면’ 판매량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달 28일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64만여개(낱봉 기준) 수준으로 집계됐다. 출시 초기 행사 등의 효과가 더해진 점을 감안하고도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열려라 참깨라면은 오뚜기 스테디셀러 ‘열라면’과 ‘참깨라면’을 조합한 제품이다. 최근 컬래버 상품의 인기에 따라 기획됐다. 앞서 롯데마트는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협업 대상 제품을 선정하고, 지난 6월부터 오뚜기와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그 결과 열려라 참깨라면과 함께 ‘진짬뽕’을 만두에 접목한 ‘진짬뽕만두’가 탄생했다. 두 제품은 현재 롯데마트에서만 단독 판매되고 있다.
'열려라 참깨라면' 제품 이미지 [제공=롯데마트] |
롯데마트와 오뚜기는 열려라 참깨라면의 인기 비결로 열라면과 참깨라면의 장점을 합친 맛을 우선 꼽았다. 열라면의 매콤한 맛에 참깨라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더해져 중독성 있는 매운맛을 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코로나 블루’로 인해 매운맛 라면 인기가 더욱 높아진 점도 해당 제품에 대한 관심을 더했다.
아울러 최근 SNS에서 열라면을 다양한 부재료와 조합해 먹는 레시피가 화제를 모으면서 열라면이 재조명 받고 있는 점도 인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독특한 네이밍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브랜드를 적절하게 결합한 제품명이면서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속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이 중의적으로 담겨 재미를 더한다.
이에 롯데마트와 오뚜기는 용기면 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는 봉지라면에 미처 구현하지 못한 소비자 니즈를 보다 반영한 제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과 하이브로우가 협업해 선보인 '불타는 피크닉 세트' [제공=삼양식품] |
식품 뿐 아니라 패션업계 등에서도 활발한 이 같은 컬래버 행보는 최근 ‘펀슈머’(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가 오리온의 사탕과자 ‘아이셔’를 접목해 선보인 ‘아이셔에이슬’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1년치로 예상했던 초도 물량이 한달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유통 채널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컬래버 상품은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미끼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편의점 CU는 곰표 밀맥주와 말표 흑맥주 등의 인기에 힘입어 ‘컬래버 맛집’으로 떠올랐다. 품절이 잦은 이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CU 편의점을 순회하는 진풍경이 빚어진다. 삼양식품은 최근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선보인 한정판 캠핑 세트를 자사 공식 온라인몰에서만 선보이고 있다. 올해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식품업계가 자사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컬래버 상품이 소비자 유입을 위한 동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채널은 희소성 있는 상품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제조사는 새 상품을 전체 판매채널에 선보이기 전 소비자 반응을 살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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