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도 온라인 거래액 확대돼 ‘윈윈’
입점 늦은 이마트가 최대 수혜…매장 많은 덕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11번가나 G마켓 등 이커머스 입점해 선보이는 장보기 서비스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은 물론 장보기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오픈마켓의 장보기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다.
11번가 오늘장보기 [사진=11번가 앱(App) 캡처] |
11번가의 올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이 직전 분기 대비 5.8%,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7.7% 늘었다. 11번가는 이에 대해 라이브커머스 도입 등과 함께 오늘장보기 서비스 거래액 증대가 더해져 거래액과 매출액이 성장한 것으로 설명했다. 장보기 서비스가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11번가와 업계에 따르면, 특히 지난 4월 오늘장보기 서비스에 이마트몰이 입점한 이후 실적 증가세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이마트몰 입점으로 오늘장보기의 3분기 거래액은 전분기 보다 무려 50% 이상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우 자사몰을 통한 판매 비중이 더 크다고는 하지만, 적은 거래량 가운데서도 두 자릿수 이상씩 성장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장보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평가도 좋은 편이다. 쇼핑 앱(App)에서 장보기 앱으로 옮겨 다니는 수고로움 없이 한 번에 둘 모두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커머스 하나에 두 세개의 유통업체가 입점해있다 보니 업체 간 가격 및 배송시간 비교도 한 눈에 가능하다. 이커머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적립과 할인 혜택도 장점으로 꼽힌다.
G마켓 당일배송 서비스. 배송지 근처에 점포가 없으면 ‘배송 점포 없음’이라는 표시가 뜬다. [사진=G마켓 앱 캡처] |
장보기 서비스의 핵심은 오프라인 매장에 있다. 배송지 인근에 위치한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서비스로, 오프라인 매장이 배송 거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배송지 인근에 해당 유통업체 매장이 없으면 배송이 불가능하다는 표시가 나오기도 한다.
이마트몰이 홈플러스나 GS프레시몰보다 11번가의 오늘장보기 입점이 늦었음에도 전체 거래액을 견인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에 있다. 올해 주요 유통업계들이 경영 실적 악화로 대형 매장을 줄였지만 이마트는 지난 7월 이마트 신촌점을 새로 여는 등 매장 개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추세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할인점 덕분에 배송이 용이해졌으며, 이 점이 거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장보기 서비스 시장에는 11번가 뿐만 아니라 G마켓과 위메프 등이 줄줄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네이버까지 참여하면서 장보기 서비스는 이커머스 업계의 치열한 격전지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장보기 서비스에 이커머스 업계가 몰려든 이유로는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대규모 투자 없이 재고관리가 어려운 신선식품 등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의 경쟁력이 신선식품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커머스의 최대 약점을 손쉽게 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손해 볼 장사가 아니라는 점도 ‘적과의 동침’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로서는 이커머스의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분간 적과의 동침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유통업체들은 온·오프라인 결합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효율적인 배송 모델을 도입해야하는 상황에서 협력이 필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제휴·협력 모델은 당분간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업체가 끝까지 해당 서비스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대 스마트경영과 교수는 “효율적인 광고로 객단가를 높이는 업체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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