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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200조 더 풀렸는데…돈, 다 어디로 갔나
대출 늘려 현금 사재기
M1증가율>M2증가율
개인, 자산시장 저울질
기업, 위험대비 비상금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경제는 돈이 돌아야 활기를 띠게 마련이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 통화 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가계는 물론 기업들의 현금 비축이 폭증하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혹시 모를 위험 대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개인도 소비보다는 자산 축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산시장만 팽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은행은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협의통화(M1) 증가율이 M2(광의통화)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는 현상을 주목했다. 6월 말 M2는 3077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165조원, M1은 1060조원으로 133조원 늘었다. 2분기 이후 M2가 월 20조~30조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8월 현재로 따지면 지난해 말보다 2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M1도 160조~170조원을 불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M1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당좌예금, 보통예금 등 예금은행 요구불예금의 합계다. 즉시 현금이 가능한 자산이다. M2는 M1에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 그리고 거주자외화예금까지 포함시킨 개념이다. M2보다 M1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는 것은 시중 유동성이 그만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원인은 대출이다. 올 들어 7월까지 가계대출은 48조2000억원, 기업대출은 86조1000억원이 늘었다. 전년 대비 177%, 294% 급증했다. 기업대출은 지난해 연간 증가치(44조9000억원)의 2배에 가깝다.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큰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이 급증한 것과 함께 지난해까지는 대출을 갚아 부채비율을 낮추던 대기업들도 은행 빚을 크게 늘렸다.

지난 연말 대비 올 상반기 주요 대기업 현금성 자산 현황을 보면 현대·기아차가 12조9500억원에서 17조57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렸다. 포스코는 3조5100억원에서 6조400억원으로, 한국조선해양은 2조2300억원에서 4조6200억원으로, LG화학은 1조8900억원에서 3조36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29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던 에쓰-오일이 2조1300억원의 현금을 쌓은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기업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지난해 반기 대비 영업현금흐름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생산을 위한 투자(유·무형 자산 취득)보다는 단기 금융상품 중심의 투자현금지출이 더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수요 전망이 어려워지자 생산적 투자보다는 만일에 대비한 현금 사재기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한은이 집계한 경제주체별 M2 보유 현황을 봐도 지난해까지 10%를 밑돌던 기업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올 들어 급상승해 16%를 넘어섰다. 가계(비영리기관 포함) 증가율도 지난해 5% 안팎에서 8%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기업에 비해서는 기울기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그나마 개인과 기업 모두 증시로의 자금 투입을 늘리는 추세다.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을 보면 개인이 38조3734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기타법인도 2조6075억원으로 연기금(2조557억원)을 앞서며 2대 순매수 세력이 됐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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