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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뉴딜과 혁신…경제 새 처방전
5년간 연평균 29조 투입
신산업육성·성장촉진 기대
재정부담은 ‘양날의 칼’로
성과 충분해야 경제 재도약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경제에서는 연쇄반응이 중요하다. 이를 유발하는 재료가 기폭제(catalyst)다. 아무리 유동성으로 경제를 지탱해도 실물 분야의 호응이 없다면 ‘마약’에 그칠 수 있다. 경제구조를 쇄신할 수 있는 ‘혁신’은 ‘마약’을 ‘보약’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데에는 달러를 살포하는 양적완화와 함께 이른바 모바일과 인터넷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이번 코로나19에서는 이에 더해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와 같은 혁신기업들이 기대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도 1980년대 반도체와 자동차 투자, 1990년대 정보통신 투자와 같은 기폭제가 제조업 강국과 인터넷 강국으로의 성장을 이끌었다. 기업들의 혁신 노력과 함께 정부와 국민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가 14일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60조원이 투입된다. 국비 114조, 지방자치단체 25조원 등 87%가 정부 및 공공부문 몫이다. 국가 인프라에 큰 변화를 가져올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 올해 6조원을 시작으로 이후 5년간 연평균 29조원 가까운 자금이 집행된다.

최대한 요약하면 디지털•인공지능(AI) 인프라, 친환경•자율주행차 개발 박차다. 일단 돈이 집행된다고 하니,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쏠리며 관련업종에 대한 기대로 벌써부터 주가가 들썩인다. 정부의 목표달성과 별개로 일단 투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실적에 긍정적이다.

2021~2025년 연평균 투자액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육박한다. 인건비와 물건비가 대부분인데, 재정승수가 1.24다. 연 29조원을 쓰면 1.24배인 36조원의 GDP 제고 효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1.8% 이상의 성장률이다. 성장률 제고는 증시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통화량 증가에 따른 자산의 표시 가격 상승 효과도 생각해볼 만 하다. 경기부양하려는 뉴딜인데 다른 세출을 줄여서 돈을 마련할 리는 없다. 정부가 보유세 등 ‘꼼수’ 증세를 꾀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담스런 액수다.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는 뜻이다.

175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지원액에 160조원 규모의 뉴딜까지 한은의 부담이 상당하다. 국채 발행이 늘면 금리상승 압력도 높아진다. 금리가 오르면 재정도, 경제도 모두 부담이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던지,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정부에서 천문학적 돈을 풀고, 통화당국은 현재의 초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 돈을 나눠주는 복지 지출과 달리 경제적 부가가치 유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잘만 되면 ‘보약’이다. 선진국들이 복지확대 국면에서 사회간접시설 투자에 소홀해 경제효율이 저하됐던 교훈도 있다.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다. 투자 결과 얼마나 효율을 낼 지도 봐야한다. 돈으로만 일자리를 만든다든지, 비용 나눠먹기로 끝나는 경우다. 다음 정부에서의 연속성 유지도 변수다. 투자기간 나라 빚은 빠르게 늘어난다. 성과가 충분하지 않는다면 재정에 ‘독약’이 될 수도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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