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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국가안보실장에게 드리는 안보전략 건백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님께. 신년 연하장도 보내주셨는데 새롭게 시작한 신문 칼럼으로 답장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수차례 자문회의에서 뵐 때마다 정책자문위원들의 발언 을 꼼꼼히 기록하시면서 일일이 관련 정책을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치밀하신 성품에 비춰 새해벽두부터 전개되고 있는 국가안보정세의 대내외 변화에 얼마나 고민이 많으실까 쉽게 짐작이 됩니다.

아마 가장 고민이 깊은 부분은 북한의 정세변화와 그에 따른 향후 대북정책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의 결정서에서 미국이 자신들을 완전히 질식시키고 압살하기 위한 정치군사적·경제적 흉계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대립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습니다. 결정서의 문면을 읽어보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시대적 과제”로 제기된 정면돌파전은 내부적으로는 경제건설과 과학기술 개발, 군사적으로는 새로운 전략무기들의 개발을 통한 내부 역량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앞서 두어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양측 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국면이 열리면서 자신들이 표명했던 경제건설 우선 노선에서의 이탈을 분명히 의미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과제를 강력히 주장하 는 건 9.19 군사합의, 즉 남북 간 긴장완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의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자아내게 합니다.

물론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에 대한 대화와 협력의 기조를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국내외 복잡한 현안에 직면하 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대북정책 기조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정면돌파전 전략추구와 그 일환으로서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이 한반도 안보정세를 악화시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 나름의 대응전략(플랜 B)은 강구될 필요가 있습니다.

시야를 글로벌 차원으로 넓혀보면,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 우리 안보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2차 냉전’으로도 불리는 미중 간 전략대립은 비단 군사적 차원뿐 아니라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글로벌 표준 쟁탈 양상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구도하에서 이란 군사지도자를 제거한 미국의 전격적 군사작전이나 홍콩 민주화운동 등이 의외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은 물론, 중국과의 협력도 불가결한 우리의 입장에서 양국간 전략적 경쟁 심화가 우리 안보이익을 저해하지 않도록 주도면밀한 외교수행이 불가결합니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연설에서 제시한 교량국가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호주, 인도, 동남아 등 역내 국가들과의 활발한 외교를 통해 지역질서 안정과 상호협력을 주도하는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상 최악의 관계를 노정했던 한일관계 등 대외적 갈등요인을 방치한다면 더욱 복잡해진 국가안보 현안에 대응하는데 부담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난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국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일관된 안보전략을 추진하는 태세 구축이 필요합니다. 누구보다도 경청과 소통을 중시하는 국가안보실장께서 새해 벽두부터 직면하게 된 대내외 안보과제들에 대해 어떻게 응답해 가실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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