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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 모(52)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12일 시작된다. 쌍둥이 딸도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1심과 다른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부장 이관용)는 이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 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소년재판을 받던 두 쌍둥이 딸도 결국 같은 혐의로 기소돼 중앙지법서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 현 씨와 쌍둥이 딸의 사건은 사실상 같은 사건이지만, 현 씨는 항소심이고 쌍둥이는 1심 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건이 하나로 묶일 수는 없다. 다만 아버지 현 씨에 대한 판결이 먼저 상고심까지 가서 확정된다면 그 결과가 두 딸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 씨는 항소심에서 여전히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 씨가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검찰은 현 씨가 초과근무 신청을 하지 않고 시험 직전 야근한 때를 유출이 발생한 시점으로 주목하고 있지만, 시험지를 빼내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또는 목격자도 없다.
현 씨는 1심 재판 내내 두 딸이 스스로 공부해서 성적을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부를 많이 해서 시험을 잘 볼 것 같다’는 딸이 보낸 휴대폰 문자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소년재판에 넘겨진 두 딸 역시 조사과정에서 혐의에 대해 끝까지 부인했다. 아버지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각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험지에 적힌 ‘깨알 정답’에 대해서는 ‘반장이 불러주는 것을 받아적었다’고 답변, 그 중 정정 전 정답을 적은 것에 대해서는 ‘급하게 적느라 틀렸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쌍둥이 딸의 ‘깨알 정답’이 적힌 시험지와 풀이과정 없이 답만 있는 시험지, 전교생 중 유일하게 두 딸만 쓴 ‘정정 전 서술형 답안’ 등을 정황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쌍둥이 딸의 휴대폰 메모장에서 발견된 영어 서술형 정답과 갑자기 1등으로 오른 내신 성적과 그에 비례하지 않는 모의고사 성적도 거론한다. 재판과정에서 현 씨와 쌍둥이에 불리한 증언도 나왔다. 증인으로 나온 숙명여고의 한 물리 교사는 정답 도출을 위한 풀이과정 없이 답안만 적힌 시험지를 보고 “이 문제들은 암산으로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진술했다.
1심은 검찰이 의문을 제시한 혐의점에 대해서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현 씨에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숙명여고는 현 씨를 파면하고 쌍둥이 두 딸은 퇴학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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