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지난 9일 청량리제4구역 정비사업지에서 마지막 농성자 2명의 손을 잡고 설득하고 있다. [동대문구 제공]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지난 9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제4구역 공사현장에 고가사다리가 등장했다.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곧이어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구청 관계자들과 함께 고가사다리를 타고 세입자들이 6개월 동안 농성을 벌이고 있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유덕열 구청장은 농성자들의 손을 잡고 농성장 안으로 들어가 대화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입주민이 이주하고 간 자리에 2명의 농성자가 남아 있었다.
구에 따르면 지난 1월 영하 10도의 엄동설한에 이주 대책과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5명의 농성자들이 옥상에 진입해 온몸을 쇠사슬로 꽁꽁 묶고 LPG가스통을 폭파하겠다며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시작 두 달만에 건강상 이유로 2명이 농성 현장에서 내려왔고, 다섯 달이 지난 6월에는 불의의 사고로 1명이 사망했다. 남은 2명의 농성자들은 35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50도가 넘는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유 구청장은 농성자 2명에게 “모두 살자고 하는 일 아니냐”며 내려가자고 했지만, 처음엔 거부당했다. 유 구청장은 눈물도 흘리면서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끝까지 돕겠다, 그만 내려가자”며 진심어린 설득을 계속했다. 이후 2시간 30분만에 농성자들은 고가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청량리4구역 옥상 농성장을 향해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고 있다. [동대문구 제공] |
건물 아래서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구청장님, 수고하셨습니다”라며 박수로 맞이했다. 현장에서는 제2의 용산사태를 막았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를 타고 시립동부병원으로 이송된 농성자들은 입원 수속을 마치고 오랜 농성으로 지친 몸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사업주체인 청량리제4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추진위원회도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보상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무엇보다 오랫동안 농성장에 있던 분들의 건강이 걱정됐다.”며 “농성하시던 분들에게 말씀드린 것처럼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구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개발에 따른 빛과 그늘을 동시에 살피는 구정을 펼쳐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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